대대적인 정책 전환기에 접어든 세계 경제 상황에서 우리 금융산업이 발전을 모색하려면, 금융회사들이 인공지능(AI) 기술 활용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일 국제금융센터(KCIF)는 창립 25주년을 기념해 서울 중구 소재 더 플라자 서울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글로벌 경제, 리밸런싱으로의 경로(Global Economy, Path to Rebalancing'라는 주제로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IMF(국제통화기금), AMRO(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 S&P Global Ratings, World Bank, 일본 정책연구소(PRI), 중국 국가정보센터(SIC) 국제기 구 및 해외 주요 연구기관 전문가들이 초빙됐다.
이용재 KCIF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오늘날 세계경제는 코로나 팬데믹 정책효과 축소, 통화긴축 영향 후행 등으로 성장궤적 전망이 어려운 가운데 물가와 금리 귀착점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 중앙은행들도 통화정책방향을 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대현 S&P Global Ratings 상무는 '은행 등 한국 금융산업의 기회와 도전' 주제 발표에서 "AI 기술은 은행산업의 발전에 있어 점차 '게임 체인저' 역할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에 따른 미래 효익도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 미래 효익이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한편, 이로 인해 초래되는 비용(에너지 소모, 노동력 배치, 윤리, 규제, 보안 등)을 무시해선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재 국내 금융산업의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은 것과도 관련이 있다.
김 상무는 "국내 금융산업의 영업환경은 높은 민간부채 수준,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 증가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용위험, 내부통제 이슈 등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해외시장 진출 확대, AI 기술 발전 활용, 운영 효율성 개선 등 국내 금융기관들이 성장 활로로 삼을 수 있는 기회도 함께 열려 있다"고 말했다.
라울 아난드 IMF 한국 미션팀장은 '글로벌 정책 전환기 세계경제의 도전과 과제' 주제발표에서 "현 세계 경제는 디스인플레이션 추세 속에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단, 그 이면에는 통화정책, 재정정책, AI·고령화 등 구조적 측면 등에서 커다란 정책 전환기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아난드 팀장은 향후 세계경제 전망을 "안정적이지만 느린 성장(stable but slow)"으로 규정하며, 지난해 3.2% 성장세가 오는 2025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부적으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선진국은 1.6% → 1.7% → 1.8%, 신흥·개도국은 4.3% → 4.2% → 4.2%를 예상했다.
아난드 팀장은 향후 리스크를 '상하방으로 균형이 잡힌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주요 하방 리스크 요인으로 분쟁 속 원자재 가격 급등, 인플레이션 경직성과 금융 스트레스, 중국 회복 불안, 경제분절화, 재정지출 급감 등을 언급했다. 상방리스크는 단기 재정부양, 공급망 교란 완화, AI발(發) 생산성 개선 등을 꼽았다.
코허이 AMRO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경제와 중국·일본 어디로 가고 있는가' 주제 발표에서 "아세안+3 국가들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인플레이션 둔화, 수출 반등 등에 힘입어 작년(4.3%)보다 높은 4.5%로 전망한다"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5%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코허이 이코노미스트는 단기 성장전망(최대 2년)의 리스크 요인들로 미국·유럽 경기 부진, 원자재가격 급등, 미국 대선발 충격 등을 언급했다. 아울러 구조적인 변화(고령화, 글로벌공급망 재편, 기후변화,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른 부작용)가 미래 장기전망에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책당국이 재정여력 회복,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에 초점을 두는 동시에 도전을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신문=임영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