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의 가격경쟁력 선결 과제로 설정하고 정책 우선순위 조정해야"
"천연가스 역할 확대 위해 배관망 중립성 보장·글로벌 조달 다변화 주력해야"
"효율성과 공공성 사이의 균형 속 전력시장 구조개혁 신중하게 추진해야"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가 심화되고 제조업 리쇼어링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탄소중립과 산업경쟁력 간 균형을 고려하는 한국형 에너지전환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2일 '환경과 산업을 함께 살리는 新에너지전략이 필요하다'는 보고서에서 "기후위기 대응전략이 국가 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인으로 부상함에 따라 환경과 산업을 함께 고려하는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원은 탄소중립을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에너지 생산 및 소비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나, 한국의 에너지 전환 속도는 주요국 대비 미흡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다 최근 에너지 조달비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이 급격하게 인상되면서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 및 해외 유출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파리협정 재탈퇴, 유럽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에너지전환의 속도 조절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나, 전반적인 정책 방향성은 지속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연방 차원의 기후·에너지 정책들은 중단·철회되고 있으나, 주(州) 정부, 법원, 시장의 대응으로 일부 계획은 지속되고 있다. 독일은 에너지전환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재생에너지 발전량 감소, 천연가스 공급 불안 등으로 석탄 사용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간 단계로서 ‘2040 기후목표’ 권고안을 발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이행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기후·에너지 통상규범 강화에 따라 기업의 탄소배출 관리는 글로벌 시장 접근권, 조달 자격 등을 좌우하는 핵심 척도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및 협력업체들은 기후·에너지 통상규범을 ‘新시장질서’로 수용하고 전 과정 탄소배출량 관리 시스템 구축, 제품별 탄소발자국 관리 체계 도입 등 탄소배출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확대되며, 태양광·풍력을 중심으로 한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요국은 미래 에너지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에너지 분야에 대한 국가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은 기술혁신을 에너지 전환의 핵심 동력으로 제시하며 연구개발 투자의 지속적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럽연합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중단은 글로벌 천연가스 수급 구조에 전례 없는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글로벌 LNG 시장은 공급 증가, 수요 감소, 계약 구조의 변화 등으로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는 국내 에너지 산업의 문제점으로 전기요금을 둘러싼 구조적 딜레마, 재생에너지 자생력 부족, 전력망 인프라의 병목과 계통연계 한계, 천연가스 시장의 규제 장벽과 경직성 등 4가지로 꼽았다.
먼저 한국은 공공요금 정상화(전기요금 인상)와 산업경쟁력 유지(전기요금 억제) 사이에서 정책 균형을 모색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전력 다소비 업종의 제조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수익성 악화 및 수출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국내 태양광 발전의 가격 경쟁력은 제조 원가, 설치 비용, 간접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이라며 풍력발전 역시, 시장 규모의 한계, 낮은 기술력, 높은 수입 의존도로 인해 자립 기반 확보가 지연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핵심 인프라인 전력망이 지역적·물리적·제도적 한계로 인해 병목 현상을 초래하며, 계통 연계 지연과 출력 제한이 빈발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에 대응하기 위한 유연성 전원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부족, 실시간 수급 조절을 위한 스마트그리드 운영 체계도 미흡하여 전력계통 안정성 확보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천연가스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전환 연료로 주목받고 있으며, 민간부문의 천연가스 시장 참여는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의 천연가스 시장은 공기업 중심의 독점 체제, 배관망 중립성 미적용, 도매시장 부재 등으로 민간의 참여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연구원은 한국형 에너지전환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 전력공급 및 에너지전환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음으로 재생에너지의 가격경쟁력 확보를 선결 과제로 설정하고 정책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천연가스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배관망 중립성 보장 및 글로벌 조달 다변화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효율성과 공공성 사이의 균형을 잃지 않으면서 도매시장 도입 등 전력시장 구조개혁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 했다. 발전원가와 탄소비용을 반영한 전력 도매시장 체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여 가격 신호의 투명성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신문=임권택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