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원·달러 환율, 달러 기반 투자자에게 장벽 아냐"
... 2026년 한미 금리 차 축소에 따른 환율 부담 완화 전망
프랭클린템플턴은 25일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주주 친화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다만, 한국 시장에 대한 재평가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구체적인 행동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은 이날(수) 최근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한국 정부의 정책 방향성은 긍정적이나, 시장은 정책 발표(headlines)가 아닌 정책의 실행 여부(execution)를 기준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랭클린템플턴은 보고서에서 이재명 정부의 주주환원 정책이 단순히 투자 심리 개선이 아닌 기업의 행동 변화를 명확히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건설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자본 효율성을 개선하고 배당 매력을 추가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정책 개혁의 핵심 리스크로 시기와 신뢰성을 꼽았다.
배당소득분리과세 최고세율이 최근 논의된 25% 수준으로 인하되더라도, 개혁안이 최종 확정되고 법제화되어 법안 시행 시점이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기업들의 배당 지급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개혁안이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될 경우, 이사회가 정책에 대한 확신을 갖고 의사결정 할 수 있는 2026년 하반기에 이르러서야 기업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프랭클린템플턴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에 대한 재계의 반발에 주목하며 한국의 개혁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정부의 의지만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배당 확대, 신뢰할 수 있는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 자사주 소각 확대, 투자자들이 밸류에이션에 반영하는 지배권 프리미엄(control-premium) 부담을 줄이는 투명한 지배구조 등 정책 변화가 기업의 구체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으로 실현될 때 한국 시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프랭클린템플턴은 한국 시장의 구조적 디스카운트가 분명 완화됐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분석하며, '밸류업 정책이 서서히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행동주의 투자 확대, 자사주 매입 및 배당 증가, 신흥 시장 대비 밸류에이션 갭 개선 등 분명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시장에 대한 재평가는 단일 이벤트가 아니라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조건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라 했다. 한국 증시 재평가는 글로벌 인공지능(AI) 설비 투자 사이클과 핵심 메모리 반도체 기술 주도권으로 뒷받침된다.
한국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으며 해당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AI시스템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며 광범위한 D램(DRAM) 공급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음으로, 자본 배분이 일회성이 아닌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지속적인 재평가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명확하고 일관된 배당 정책을 채택하고, 잉여현금을 단순 보유 자금이 아닌 재무 구조상 부담 요소로 인식하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소액주주 보호 장치를 강화하고 시장 인프라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 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오랫동안 재벌 구조의 복잡성, 불투명한 특수관계자 거래, 물적 분할, 계열사 간 인수합병, 소액주주에 대한 차별적 대우 등 지배구조 관련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정책의 안정성이 정치적 야심만큼 중요하다고 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번 개혁이 정치적 변화와 관계없이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외환시장에 대해서 보고서는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예상되지만, 원화 약세가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는 결정적 이유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장기간 높은 원·달러 환율이 달러 기반 투자자들의 수익률에 영향을 미쳤지만, 이것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이유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번 사이클 내 원화 약세는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환산 리스크(translation risk)지만, 동시에 한국 수출 기업의 밸류에이션과 경쟁력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2026년 동안 한미 금리 격차가 축소되고 국내 정책을 통해 외환 변동성이 줄어든다면, 환율은 구조적 부담 요인에서 점차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자금 흐름이 전적으로 외국인 투자자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국내 기관 투자자의 자산 배분과 개인 투자자의 움직임 역시 한국 증시에 대한 추가적인 수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글로벌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점은 시장의 주력 종목에서의 수익 실현이 여전히 한국 증시 투자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부문의 강한 펀더멘털은 환율 변동성을 상쇄할 수 있다고 했다.
크리스티 탠(Christy Tan) 프랭클린템플턴 리서치센터 수석 투자전략가는 "이재명 정부의 주주환원 정책은 자본 효율성 개선을 위한 신뢰할 만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 일련의 개혁이 기업의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기 전까지 시장은 한국 시장을 완전히 재평가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이어 "코리아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있는 것은 투자자들이 AI 메모리 분야의 글로벌 실적 확대, 대규모의 방위산업 수출 사이클, 첫발을 내디딘 지배구조 개선 논의 등 재평가의 요소들을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음은 지속성에 달려 있다"며 "정책 안정성이 유지되고 기업들이 2026년 이후에도 주주환원과 지배구조 개선을 제도화한다면 한국은 '구조적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 '구조적 재평가'로 전환될 것"라고 전망했다.
이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이번 개혁은 정치적 관심이 사그라드는 순간 소멸하는 단기적 시장 촉매제에 그칠 위험이 있다"면서도 현재까지의 변화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신문=임권택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