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증하는 보이스피싱 등 금융 범죄로 인해 발생하는 소비자피해를 사전 예방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금융권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무과실책임 입법 추진을 예고했다.
무과실책임은 과실 책임주의 원칙의 예외로,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해 가해자가 고의·과실 유무와 관계없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6일 한국금융연구원(KIF)과 한국금융범죄예방협회가 서울 중구 명동 소재 은행연합회관 2층 국제 회의실에서 금융사기 범죄에 대한 초국가적인 대응과 민관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김태훈 금융위원회 금융안전과장은 '금융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정책 도입과 향후 과제' 주제 발표를 통해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책임은 금융회사 등 보이스피싱 예방에 책임이 있는 주체가 보이스피싱 피해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배상하는 것이 골자"라고 언급했다.
김 과장은 "소비자의 실효성 있는 구제, 금융사의 수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금융회사들과 배상 요건·한도·절차 등을 현재 협의 중"이라며 "실관계 확인 등을 위한 수사기관 정보제공 근거 마련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소비자 피해 구제 및 보이스피싱 선제적 대응을 위한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고도화 등의 유인을 금융사에 제공한다면 피해예방 효과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김 과장은 "보이스피싱 예방·대응을 위한 전담부서 설치, 전문인력 배치 등을 금융사에 의무화하고 금감원에서 금융사에 대한 보이스피싱 대응 역량 평가를 맡을 것"이라며 "최근 급증하는 보이스피싱 피해와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범죄 수법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 역량 강화도 기대된다"고 함께 언급했다.
다음으로 김 과장은 "현재 운영 중인 ASAP(AI-based antiphishing Sharing & Analying Platform)에 제2금융권도 참여토록 하고, AI 공동모델을 개발·배포하는 등 플랫폼 고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ASAP는 금융·통신·수사분야 의심정보를 공유해 신속하게 계과 지급 정지 등을 취하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2025년 10월 29일에 구축됐다. 김 과장은 "ASAP 출범 이후 4개월간(2025년 10월 29일~2026년 2월 28일) 약 21만4천건의 보이스피싱 의심정보가 공유됐고, 지급정지 등 4천89건의 조치를 통해 약 347억3천만원 규모의 피해를 사전 예방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가상자산을 악용한 보이스피싱을 방지하기 위해 가상자산거래소에 의심거래 탐지, 계정 지급정지, 피해 환급 등 금융회사와 동일한 수준의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구제 의무를 부과하고자 한다"며 "법 적용대상인 '금융회사'에 '가상자산사업자'를 포함함으로써 거래목적 확인 및 자금흐름 감시, 의심계정 지급 정지 등을 조치의무하고, ASAP에 의샘거래 관련 정보를 공유해 기관간 공조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더해 피해구제 대상이 되는 자산 범위를 현행 '금전'에서 '가상자산'까지 넓히기로 했다. 김 과장은 "피해자가 가상자산을 직접 탈취당한 경우 및 범죄작 피해자의 금전을 가상자산으로 전환한 경우 등 범죄과정에서 가상자산이 연루된 모든 경우에 대해 피해자 구제 가능하도록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가상자산 거래 경험이 많지 않은 피해자를 지원하는 절차도 도입한다. 김 과장은 "피해자가 희망하는 경우, 가상자산거래소가 해당 가상자산을 매도해 현금 형태로 환급받을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해 실효적인 구제절차 마련에 나설 것"이라며 "세부기준과 절차를 담은 하위법령 개정 등 후속조치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종스캠·대표계좌 등 새로운 형태의 사기범죄에 대응해 금융권의 탐지역량·정보공유 체계 또한 대폭 강화한다.
김 과장은 "경찰 협업하에 다양한 신종스캠 범죄 유형별 피해사례, 범죄 수법 특징 등을 공유·축적 중이고, 이를 바탕으로 금융권 공동 탐지룰(Rule) 및 금융사별 이상거래탐지시스템에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행 법 테두리에서 신속한 차단·구제가 이뤄지도록 가용수단을 총동원할 방침"이라며 "현행법 적용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경우, 경찰 확인 하에 신속하게 계좌 지급정지, 자금환수 등이 이뤄지도록 절차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발언했다.
아울러 "새로운 유형의 사기범죄에 대한 근본적 대응을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신종 사기범죄까지 망라해 일반적인 보이스피싱 범죄와 동일한 수준으로 원활한 탐지·지급정지·자금환수 등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함께 언급했다.
김 과장은 "국민들이 보이스피싱 범죄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최신 범죄수법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전 정부부처가 협업할 계획"이라며 "금융위, 금융감독원, 금융업권 협의체 등을 통해 신뢰도 높은 전문가나 유명 인플루언서 등과 협업한 콘텐츠 등을 마련해 홍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최신 보이스피싱 수법에 손쉽게 대처할 수 있도록 보이스피싱 방지 10계명 등 대응 수칙도 마련하고, 금융기관 영업점이나 다중이용시설 스크린 등 국민들이 손쉽게 접하는 매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과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세세한 제도개선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며 "보이스피싱 현장 전문 간담회를 이어나가 신규 과제를 지속 발굴하고 금융권 등과의 협의를 통해 보이스피싱 피해자에 대한 심리상담 서비스도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신문=임영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