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매너-30] 디저트는 소통의 꽃이다②
[비즈니스 매너-30] 디저트는 소통의 꽃이다②
  • 신성대 동문선 사장
  • 승인 2018.11.1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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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대 동문선 사장] 디저트 혹은 디저트 와인의 달콤함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호르몬 샘을 자극하여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기능을 합니다.
 
하여 점잖은 오찬이나 디너일수록 이 디저트를 더욱 중요하게 여깁니다. 
 
▲신성대 동문선 사장
대표적으로 미국 백악관의 패스트리 담당 수석 셰프로서 25년간 일했던 롤랜드 메스니어 씨의 이야기가 유명하지요.
 
외교학 박사 학위까지 가진 그는 지미 카터에서부터 부시까지 5명의 대통령의 빵과 과자, 케이크, 아이스크림 등 디저트 요리를 훌륭하게 만들어냈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디저트광이라 할 만큼, 그리고 레이건 대통령의 부인 낸시 여사는 디저트를 먹기 위해 가끔 메인 요리를 먹지 않을 만큼 그가 만든 디저트를 좋아했었다고 합니다.
 
또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에게는 설악산을 배경으로 한 복숭아 디저트를 만들어 내놓아 한국의 아름다움과 대통령의 건강을 챙기는 배려심을 표현해 양국 정상 간의 껄끄러운 관계를 잘 풀어나가도록 유도하기도 했었지요. 그동안의 심각한 이야기는 이제 그만 접어두고 긴장 풀고 웃으면서 마무리 지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점잖은 오찬이나 디너일수록 이 디저트를 더욱 중요하게 여깁니다. 메인요리가 영양보급 측면이 강하다면 디저트는 영양섭취와는 애시당초 관계없고 "인생을 즐기는" 영어로 셀리브레이트 라이프(celebrate life)하는 즉, 친교, 참 소통의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전문용어로 디저트 등 패스트리 전문 셰프를 ‘파티시에(patissier)’라 부르는데, 그들은 단순히 요리 실력만으로 평가받지 않습니다. 각 나라의 문화와 관습 등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을 활용해 손님의 건강과 취향을 배려함에 더하여 인생의 아름다움을 구가함은 물론 때로는 국가 간의 심각한 외교 현안 마무리 터치까지 챙겨야 한답니다. 
 
때문에 대부분 선진국에선 영부인이 요리와 디저트, 와인 등 귀빈들의 접대를 직접 지휘하거나 참여합니다. 그래야만 정상 간의 주요 현안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담아낼지 긴밀하게 상의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일에는 특히 레이건 대통령의 영부인 낸시 여사가 깊은 관심을 가져 상대국 정상에게 디저트에 담긴 의미를 자세하게 설명하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한국 청와대의 외빈 접대 및 국제행사의 파티는 어떤 수준일까요? 예쁜 모양의 떡이면 된다는 향단이 머리 수준의 디저트. 생과일 몇 쪽은 서양인들에게는 아닌 밤중에 미완성 샐러드일 뿐, 글로벌 식재료 무개념 현실입니다.
 
검식관에게만 맡긴 요리. 검소함이 자랑(?)인 칼국수 연장선상의 빈티 나게 허술한 내공의 식단. 화려한 경력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뭐하나 장인다운 전문성이 없거나 겉멋만 든 글로벌 기본기 절대부재, 하위서비스직업계층 출신, 하급 마인드의 전문가연(然) 인사들에게 머리를 맡긴 유치한 수준의 메뉴 기획과 전개. 도무지 소통개념이란 찾아볼 수조차 없을뿐더러 오히려 소통의 흐름을 방해하는 경우가 더 많은 실정입니다. 
 
◇ 어글리 코리안의 제 멋에 겨운 유치함
 
특히 주방 사람들이 정성들여 만들어 내 놓은 디저트를 애써 외면하고 무슨 건강관리에 대단한 사람인 모양 ‘으쓱’ 개폼까지 잡으며 자기에게는 "그냥 커피만 달라"고 해서 동석한 외국 VIP 손님들을 아연실색 무안하게 만드는 최악의 무례도 서슴지 않는 한국인들이 너무 많습니다. 
 
제 깐에는 까짓 디저트 같은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대범한 인간이란 것을 내보이고 싶었을 수도 있겠으나, 그랬다간 디저트를 못 먹을 만큼 심한 당뇨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으로 의심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 나겠습니까? 그게 아니면 '나 바쁜 사람이니까 마무리 피날레 의식 생략하고 그만 빨리 끝내자!'는 원시미개 무뢰한으로 받아들입니다.
 
따라서 디저트를 먹든 안 먹든, 다이어트 필요상 불가피하게 숟가락만 떠먹더라도 디저트를 꼭 주문해서 동석한 다른 손님들과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왜냐하면 진짜 비즈니스에 관한 이야기는 메인 요리가 끝난 다음 이 디저트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관례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극진히 대접해야 할 VIP손님이라면 이왕 비용을 조금 더 들여, 그동안 테이블을 지키고 있던 떨떠름한 레드와인 잔들은 그만 다 치워가게 하고, 새로 섹시한 모양의 예쁜 병에 담긴 스위트한 디저트와인을 별도 주문합니다.(여성 손님이 있다면 더 더욱.)
 
그리하여 참신해진 분위기에서 새 와인을 곁들여 디저트를 더 멋지게 즐기도록 마지막 대목까지 방심하지 않고 세심하게 신경 써 접대하면 반드시 존중받게 될 것입니다.
 
아무튼 디저트 생략은 많은 한국인들이 무심코 저질러온 무매너 중의 하나로 돈은 제법 많은데 쓸 줄은 한참 모르는, 센스 없고 옹색한 티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는 원시미개인 졸부 취급받는 엄청난 실수입니다.
 
한데 문제는 당사자는 그게 실수인 줄은 꿈에도 생각 못한다는 겁니다. 덕분에 비즈니스를 망친 건 고사하고 자신이 제대로 성숙된 인격체로서 대접을 받았는지 못 받았는지조차도 모른 채 자신의 우물안 세계관, 속 좁은 소견으로 동양의 유색인이라 인종차별 받는다고만 제풀에 오해하는 경우가 글로벌 본선무대에서는 너무나 비일비재합니다. 디저트를 모르면 짝퉁 신사 숙녀입니다. 꼭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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