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치와 경제의 함수관계
[칼럼] 정치와 경제의 함수관계
  • 권호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9.0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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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근 칼럼니스트
권호근 교수
권호근 교수

학부시절 경제학과에 진학해 공부를 하던 때에는 정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줄로 알았다.

사실 이렇게 되는 것이 한국의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경제체제를 자유 시장 경제체제라고 명시하고 있다.

알다시피 자유 시장 경제체제란 경제의 운행원리를 정부가 직접개입하기 보다는 민간 경제주체, 즉 가계와 기업의 자발적 동기에 의해 굴러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미시경제학의 토대를 완성한 영국의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에 의해 이론적 토대가 구축되고 오늘날 경제학을 가르치는 모든 국가에서 하나의 기준이 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이후, 세계는 냉전이 시작되었고 이는 자본주의, 즉 자유 시장 경제체제와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라 불리는 경제체제의 대립이었다. 1980년대 말 소련연방의 해체로 냉전체제는 자유 시장 경제체제의 승리로 결말이 났다.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필자로서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과 그동안 비약적인 한국경제의 성장을 보고 자유 시장 경제체제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 판단하였다.

그러나 인간이 만들어 가는 사회현상에는 불변의 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1990년대에 한국에 불어 닥친 “IMF 외환위기”와 21세기 들어 발생한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sub - prime mortgage)사태는 시장의 가격기능에 의존하는 자본주의 체제가 무엇인가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해 주었다.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은 1929년 발생한 경제대공황에서 확인된 바가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케인즈가 등장하였으며, 케인즈가 말한 확대 재정정책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다시 자본주의 체제에 대항하는 사조가 일부 국가, 특히 베네수엘라 같은 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유럽의 그리스 같은 국가에서도 발생한 바가 있다. 우리는 이를 대중인기 영합주의 또는 포퓰리즘(populism)이라고 명명한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포퓰리즘의 망령이 서서히 드리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법인세 인상, 대기업에 대한 계속되는 사찰, 공무원 증원을 비롯한 공공부문의 비중 확대, 환경논리를 앞세운 탈원전 정책, 4대강 보의 해체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부의 시장개입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부동산시장에서도 강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민간택지 신규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의  세율 인상,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한 수요자들의 신규대출 억제 등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의 시장규제가 일상화 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시장개입주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경기변동 또는 경제 상황을 종속변수로 하고,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요인을 독립변수로 하여 간단하게 수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경기변동 = f ( 소비, 투자 등 총수요 요인, 노동시장 등 총공급 요인, 정부의 시장개입 등)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전략은 한마디로 정부 주도에 의한 급속한 성장전략이었고, 지금은 이를 “국가자본주의체제”라 명명하고 있다. 그 당시 시대 상황을 감안할 때, 이 전략은 상당히 유효했다. 이후 박정희의 개발전략은 동남아시아 국가들 외에 중국, 베트남 등 후발개도국들에게 하나의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한국의 경제규모가 급속하게 커지게 되자 한국정부는 박정희 대통령의 성장전략을 수정하여 점차 자유 시장 경제체제로 전환하였다. 그리고 1990년대 OECD 가입과 이후 발생한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이런 경향이 더욱 가속화 되었다.

사실 좌파적 성향을 가졌다고 해도 김대중 대통령은 필자가 보기에 경제문제만큼은 역대 어느 대통령에 비해 시장의 가격기능을 신뢰하면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 하였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시대적 추세를 거스르는 역행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앞의 수식에서 경제문제를 총수요와 총공급 등 경제자체 요인들 보다는 정부의 시장개입을 통해 해결하려는 성향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경기변동 또는 경제상황이 정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후진국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정치가 경제를 압도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된다.

첫째, 정치인들은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기위해 경제의 장기적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체질강화 보다는 복지지출을 늘려 대중의 환심을 사고자하는 포퓰리즘 정책을 우선시 한다.

이러한 낭비적 요인이 많은 정부지출의 증대는 국가채무를 가속화시켜 미래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발생시키게 된다. 둘째, “동태적 비일관성”의 문제를 초래한다.

집권세력들은 당장 필요한 단기적 문제해결을 위해 이런 상황에 부합하는 정책을 집행한다. 이런 정책들은 단기적으로 정당성이 있는듯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문제를 초래하게 되는 것을 “동태적 비일관성”이라 한다.

예를 들면 한국의 역대정부들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때그때 부동산시장에 개입했다.

노무현 정부시절 부동산경기가 가열되자 부동산시장에 과도한 규제를 하였으나,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오히려 정반대의 상황이 나타나자 부동산경기 부양책을 실시하였다. 차라리 정부는 부동산경기가 과다하게 움직이지 않는 한, 이를 시장의 가격기능에 맡기고 개입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 하고 있다.

정치는 가급적 경제문제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정부의 조직을 과감하게 축소시켜야 한다. 한국에는 산업정책을 담당하는 담당 부서가 너무 세분화 되어 있다.

산업통상부 이외에 1차 산업을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정보 관련 산업을 담당하는 정보통신부, 중소기업을 담당하는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있다.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도 있다. 이런 세분화되고 과다한 정부조직이 결국에는 정치논리로 경제를 압박하고 각종 규제를 양산함으로써 장기적인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훼손하고 있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이념에 사로잡힌 경제정책으로 이미 성인이 된 한국경제를 마치 어린아이 다루듯이 하는 시대 역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정부의 존재이유인 안보문제는 오히려 방기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 정부는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지금까지의 국정운영 태도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환골탈태를 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현 정부가 지금까지의 정책운영을 지속하면 한국은 다시 해방 후의 가난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음을 자각하기 바란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견이며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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