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매너 52] 가치창조의 경자년(庚子年)이 되길!
[비즈니스 매너 52] 가치창조의 경자년(庚子年)이 되길!
  • 파이낸셜신문
  • 승인 2020.01.2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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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대 동문선 사장

◇ ‘위대한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한국인의 태도적 가치

전염병처럼 유행하던 ‘행복’이란 말이 차츰 식상해지고, 요즘은 ‘가치’란 말이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들의 홈페이지에는 이 용어가 빠지지 않고 올라 있어 거의 상투적인 용어가 되다시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그 의미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성찰도 없이 그저 막연하게 선진국들을 따라 읊조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동안 너나없이 홈페이지에 내걸었던 경영철학인 ‘윤리경영’을 새로운 용어로 바꾼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신성대 동문선 사장
신성대 동문선 사장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에 끌려가 모진 고초 속에 살아남은 유대인 의사 빅토르 에밀 프랑클은, 인간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value)’를 ‘창조적 가치(creative value)’ ‘경험적 가치(experiential value)’ ‘태도적 가치(attitudinal value)’로 분류했습니다.

인류는 역사를 통해 경험적 가치를 축적해 왔으며, 철학으로 태도적 가치를 확립코자 노력해 왔습니다. 그리고 과학이나 예술을 통해 창조적 가치를 추구해 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경험적 가치는 또 다른 말로 하면 계산적 가치, 즉 유불리(有不利)에 따른 ‘제 수준 통빡에 맞춘’ 가치가 되겠습니다. 대개 합리주의자 혹은 기회주의자들이 추구하는 가치입니다. 그에 비해 태도적 가치는 인간존엄성 확보 및 자신의 신념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정체성에 기반한 가치라 할 수 있습니다.

더없이 감정에 충실한 많은 한국인들은 이 경험적 가치와 태도적 가치를 잘 구분하지 못합니다. 호불호(好不好)나 유불리(有不利)에 따른 처신을 자신의 태도적 가치인 양 오해하는가 하면, 옹고집을 지조 혹은 절개인 줄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이념 또한 유행이자 수단일 뿐, 불변의 가치가 될 순 없습니다. 따라서 이념 추구란 곧 이념에 종속당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은 그런 걸 가치라고 우기며 지성인 혹은 지사인 양합니다. 그처럼 가치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다 보니 분수도 모르는 무조건적 맹종을 마치 훌륭한 태도인 양 착각하는 것이지요. 하여 영웅적 투사가 되고자 하다가 결국 양의 탈을 쓴 등신 늑대가 되고 마는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이 경험적 가치와 태도적 가치를 혼동하는, 아니 인식조차 못하는 대표적인 부류가 이 나라에선 정치인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운계약서, 위장 전입, 논문 표절에도 사퇴하지 않고 뻔뻔하게 고개를 세우는 것은 버티면 살더라는 경험적 가치에 매달리는 것이겠고, 막무가내 반정부 운동이 정의 구현인 줄로 착각하고 막말도 서슴지 않는 극단의 시민들은 가치 아닌 가치, 헛것을 따르는 것이겠습니다.

침몰하는 배에 수백 명의 어린 학생들을 버리고 저 먼저 살자고 도망쳐 나온 세월호 선장은 그들을 살리려다간 자칫 제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경험적 가치를 따른 것일 테지요. 태도적 가치에 대해 한번이라도 생각해 봤다면 차마 그럴 수는 없었을 겁니다.

사실 우리는 ‘가치’란 용어를 철학적으로 사고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잘 살펴보면 그에 버금하는 용어는 물론 그것을 추구해 온 사례가 없지 않습니다. 가령 평소 한국인들이 그토록 입에 달고 다니는 ‘도(道)’가 태도적 가치에 다름 아니지 않을까요? ‘도를 닦는다’는 것은 어떤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으로 해석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덕(道德)이란 곧 덕(virtue)의 추구인 셈이지요.

그리고 우리는 일상에서 ‘~답다’란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그 옛날 공자도 “임금이 임금답고, 신하가 신하답고, 부모가 부모답고, 자식이 자식다워야”한다고 했습니다. 그게 무너진 세상을 우리는 난세라 부르지요. 대통령이 대통령답고, 장관이 장관답고, 의원이 의원답고, 학자가 학자답고, 군인이 군인답고, 언론인이 언론인답고, 종교인이 종교인 답고, 선생이 선생답고…. 아무튼 선장이 선장다웠으면 세월호와 같은 끔찍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겠지요. 그러고 보면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닌 듯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어느 날 윈스턴 처칠이 의회 연설을 하러 가던 중 지각할 처지에 놓이자 운전사가 신호 위반을 하여 순경에게 걸렸습니다. 운전사가 수상이 타고 계신데 의회에 급히 가야 하니 그냥 보내 달라고 사정하자, 순경이 뒷좌석을 힐끗 쳐다보더니 “비슷하게 생기셨지만 수상은 아니시군요. 우리 수상 각하는 신호를 위반하실 분이 아닙니다”며 딱지를 끊었습니다.

관저에 돌아온 처칠이 기특하게 여겨 경시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그 순경을 특진시키라고 하자 경시청장이 난색을 표하면서 거절하였습니다. 순경이 신호 위반 딱지를 끊었다고 특진시킨 사례도 규정도 없다고. 세계적으로 이와 유사한 갑질 에피소드는 참으로 많습니다.

2019년 10월 29일 미국 국가안보회의 소속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은 ‘우크라인 스캔들’ 청문회 출석 금지 지시를 받았으나 정복을 입고 의회에 나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였습니다. 그는 “오늘 내가 입은 건 미육군의 제복이다. 군인은 특정 정당이 아닌 국가에 봉사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한 의원이 “미스터 빈드먼”이라고 부르자 그는 곧바로 “빈드먼 중령입니다”라고 정정하였습니다. 러시아 태생으로 1979년에 미국으로 이민 온 그는 한국에서 군복무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가하면 2019년 11월 24일 미국의 러처드 스펜서 해군장관이 경질되었습니다. 그는 전 해에 이라크에서 민간인 살해 및 시신 촬영 등 군이 금지하는 무도한 행위로 해군특전단(네이비실) 에드워드 갤리거 중사를 전쟁범죄행위로 기소해 유죄판결을 받게 하였으며 이어 그를 특전단에서 해고를 위한 징계 절차를 시작하였더랬습니다.

헌데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누구도 갤리거 중사의 특전단 배지를 떼어낼 수 없다”며 사실상 징계 철회 명령을 내립니다. 하지만 스펜스 장관은 “해군의 문제는 해군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반발했다가 대통령을 미움을 사 해고를 당했습니다.

‘태도적 가치’란 한 개인의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와 신념·교양·철학·종교관·인생관·윤리관·세계관·우주관을 통관하는 용어가 될 수 있겠습니다.

2020년! 대한민국은 앞이 안 보이는 혼돈의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격(格)이 없으면 품(品)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을(乙)질이 없으면 당연히 갑(甲)질도 성립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 구성원 각자가 자기 직분에 해당하는 규범과 규칙을 지켜내는 태도적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도 소중한 한 해가 될 것입니다.[파이낸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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