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냉전 시대를 맞이한 한국경제의 진로 
[칼럼] 신냉전 시대를 맞이한 한국경제의 진로 
  • 권오근 교수
  • 승인 2022.09.0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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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근 교수
국제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권호근 교수 

지난 8월 30일 소련의 마지막 지도자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별세했다는 소식을 신문을 보고 알았다. 그는 집권과 동시에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양대 정책으로 소련의 정치와 경제적 개혁을 주도했다. 1985년 54세의 나이에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 서기장에 취임하여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을 만나 핵무기 감축에 나섰고, 이런 행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냉전체제를 종식시키는데 결정적 기여를 하였다.

1989년 독일의 베를린 장벽 붕괴와 동유럽 공산권의 민주화 등을 거쳐 1991년 소련의 연방해체로 냉전체제는 종식되고 이후 세계는 탈냉전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 당시 한국의 노태우 정부는 급격한 세계정세 변화에 부응하고자 북방외교를 적극 추진하였다.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상회담을 했으며, 그해 9월 30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수교문서에 서명했다. 그리고 한국은 뒤를 이어 1992년에 중국과도 수교를 하는 등 북방외교를 계속해서 추진하였다.

이러한 탈냉전 시대를 맞아 한국경제는 과거 냉전시대에서 시장접근이 제한되었던 소련, 중국 등 공산권 국가와 무역을 개시하여 시장의 저변을 넓혔고,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이러한 탈냉전시대가 최근 다시 냉전시대로 회귀하고 있고 이를 신냉전시대라고 한다. 

신냉전시대로의 회귀는 여러 이유들이 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소련 연방이 해체된 후 이를 대체하는 러시아의 지도자로 스탈린과 유사한 푸틴 대통령의 집권과 중국에서는 최근 3번째 연임을 앞두고 있으며, 마오쩌뚱과 유사한 행보를 보이는 시진핑 주석의 등장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역사는 다수의 민중이 주동이 되어 이끈다고 역사학자들은 주장하지만 필자는 여기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역사의 큰 물줄기는 소수 지도자들의 의지에 의해 좌우되는 측면이 컸다. 만일 현재 러시아와 중국의 지도자가 푸틴과 시진핑이 아닌 고르바초프와 같은 사람이었다면 신냉전시대가 다시 도래하였을까 하는 의문점이 있다.

신냉전시대는 대략적으로 2018년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면서 중화주의를 부르짖는 중국의 행보는 필연적으로 미국과 마찰을 야기시킬 수 밖에 없다. 신냉전시대의 도래는 한국경제에 새로운 시련을 가져다 줄 것이다. 탈냉전이 한국경제에 청신호였다면 신냉전시대는 적신호가 될 것이다. 이런 신냉전 시대에 한국경제가 계속해서 발전하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다.

1992년 한국과 중국은 수교 후 경제적 측면에서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상호간에 이익이 되어왔다. 그 결과 2022년 현재 양국은 각자에게 가장 큰 무역상대국이 되었다. 한때 ‘안미경중(安美經中)’이라 하여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생각이 한국에 널리 퍼졌다. 신냉전시대에는 이런 정책기조가 더 이상 자리잡을 수 없다. 탈냉전시대에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좋았고,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사상이 팽배하면서 정치와 경제는 분리되었다. 아마 이런 시대가 한국경제에는 가장 유리한 대외여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시대는 저물고 있다. 정치와 경제는 분리될 수 없으며, 경제는 정치에 예속되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한국은 이런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다소의 어려운 경제적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중국과의 무역거래는 안보상황에 따라 점차 그 비중을 줄여나가야 하며, 극단적으로는 과거 냉전시대와 같이 무역거래가 없을 수도 있다는 각오를 해야한다.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경제가 아니라 안보이다. 잠시의 경제적 침체는 견딜 수 있지만 안보상황이 위태로우면 국가의 존망이 흔들린다. 잠시의 경제적 고통을 덜기 위해 한국정부가 한미동맹을 와해시키고 중국과 밀착하면 그 결과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서 국가를 지키기 위해 자주 국방태세를 견지해야 한다. 그리고 탈냉전시대에 느슨해진 국민들의 정신무장을 강화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신냉전시대는 경제보다는 안보를 더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냉전시대에 한국경제는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시기일수록 기업인들은 이런 위기를 극복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인도나 동남아시아와 같은 신시장 개척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며,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이런 상황이 한국경제에 나쁜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거의 한국을 따라잡고 있으며, 전기차나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한국을 추월하고 있다. 탈냉전시대에 미국과 서방의 도움으로 경제를 발전시킨 중국은 새롭게 형성되는 신냉전시대에 한국보다 더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이라는 거대한 경쟁자를 신냉전시대에 몰락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중국경제의 붕괴로 뒷배가 사라진 북한은 스스로 자멸하여 온 겨레의 염원인 통일이 갑자기 다가올 수도 있다. 과거 냉전시대의 붕괴로 독일이 갑자기 통일되었던 상황이 한반도에도 닥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위기란 말에는 위험한 상황에 기회가 있다는 중의적 의미가 있다. 신냉전시대의 도래로 한국경제가 어려워진다는 것은 단기적 측면만 바라보는 것이다. 오히려 신냉전시대는 중국이라는 잠재적 경쟁자를 따돌리고 한반도가 통일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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