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퍼펙트 스톰 오는가?
세계 경제, 퍼펙트 스톰 오는가?
  • 임권택 기자
  • 승인 2022.09.12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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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 '글로벌 5대 리스크 요인의 향방과 시사점' 분석
글로벌 5대 리스크 요인 점검
...세계 경제의 침체(Stagnation) 가능성 증대
...미·중 교역 전쟁(Trade war)의 심화
...오일쇼크(Oil shock) 완화에 대한 기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Russia)의 교착
...미 연준의 급진적 통화정책(Monetary policy)
" 세계 경제침체에 선제적인 위기 대응 능력 강화와 취약계층 안전망 확충 필요"

미중 갈등 등 세계 경제에 등장하는 다양한 리스크 요인들로 인해 대규모의 경제위기를 의미하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2일 '글로벌 5대 리스크 요인의 향방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2022년 하반기 이후 2023년까지 세계 경제의 키워드는 'STORM'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에 따르면 'STORM'은 세계 경제의 침체(Stagnation) 가능성 증대, 미·중 교역 전쟁(Trade war)의 심화, 오일쇼크(Oil shock) 완화에 대한 기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Russia)의 교착, 미 연준의 급진적 통화정책(Monetary policy)의 키워드 알파벳 다섯 글자를 모은 것이다.

스리랑카의 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기 위해 줄 선 차량들/사진=연합뉴스
스리랑카의 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기 위해 줄 선 차량들/사진=연합뉴스

연구원은 글로벌 5대 리스크 요인으로 먼저 세계 경제의 침체(Stagnation) 가능성 증대를 꼽았다.

세계 경제는 경기 사이클상 코로나 위기 직후 상승 국면이 종결되고 하강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최근 다발적 리스크 요인이 경기 하강 폭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아져 우리 수출 경기에 악영향을 우려했다. 선진국 경제는 경기 하방 리스크의 영향력이 급증(Downside Risks Dominate)하고, 경기 하강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 유로존 등 선진국 경기는 이미 경기 하강 신호가 감지되고 있으며, 2022년 하반기 또는 2023년 상반기 중으로 경제 상황이 평균적인 추세를 하회하는 침체(Stagnation) 국면으로의 진입을 예상했다. 신흥국도 선진국 경제의 성장세 위축으로 경기 하강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했다.

주요 신흥국을 보면, 브라질은 포퓰리즘 정책 부작용에 따른 경기 침체가 예상되며, 인도와 중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연착륙 수준의 하강 국면 진입을 전망했다. 이에 따라 2023년 세계 경제의 상황은 2022년보다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으로 미·중 교역 전쟁(Trade war)의 심화를 들었다.

미-중 외교 및 경제 갈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및 교역 단절로 우리의 대 중국 수출이 위협받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7월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중 교역 전쟁이 시작됐고, 트럼프 행정부 말에는 화웨이, SMIC 등 중국 테크 기업에 대한 기술 규제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나아가 바이든 행정부에 들어서면서 교역 전쟁이 심화되고, 외교·군사적 이슈를 포함한 전방위적 패권 경쟁으로 확전되는 모습이리고 평가했다. 특히, 통상 부문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동맹국과의 연대를 강조함에 따라, 아시아 지역의 공급망, 시장,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첨단 산업에서 중국을 배제한 미국 주도의 공급망 구축을 위해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Indian-Pacific Economic Framework)가 출범했고, 팹4(Fab4 또는 Chip4)를 통해 한국, 일본, 대만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면서 세계 경제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에서 미국의 기술·산업적 헤게모니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나아가,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중 전기자동차의 미국 내 생산 배터리 사용을 실질적으로 강제하는 내용을 담거나, AMD사와 NVIDIA사의 고기술 칩에 대한 대(對)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등의 개별적인 직접 규제에 나서고 있다.

또한 오일쇼크(Oil shock) 완화에 대한 기대를 언급했다.

연구원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던 고유가 현상은 세계 경제의 성장 부진에 따른 에너지 수요 위축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유가는 2021년 하반기 이후 세계 경제의 빠른 회복세, 대규모 유동성 공급,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의 영향으로 급등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 연준(FED) 정책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교착 등으로 국제 유가는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세계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향후 에너지 수요가 정체될 것이라는 시각이 확산되어 국제 유가가 소폭 하락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여 최근 원유 선물 시장에서 국제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순매수포지션) 수준이 하락하고 있고, 주요 전망 기관은 국제 유가가 2022년 2분기를 고점으로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2022년 말에서 2023년 초 에너지 성수기에 러시아의 유럽에 대한 가스 수출 통제가 강화될 경우, 시장 수급 불안 심리가 확산되면서 고유가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여전히 높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반대로, 미 연준의 유동성 회수 속도가 빨라지거나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다면 2023년 이후 하락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와 동조성을 보이는 원자재 가격도 완만한 하락세가 예상되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위기도 점차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원은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Russia)의 교착도 글로벌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했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은 직접적으로는 에너지 및 원자재 시장의 수급 불안과 간접적으로는 유로존과 세계 경제의 경기 침체를 유발하는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원자재 시장에서 공급 비중이 높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시장 가격을 급등시켜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전쟁은 전장의 인접 지역인 유럽의 소비 심리 침체로 이어져 유로존의 스태그플레이션(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을 유발하면서 세계 경제의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 국면에 진입하면서, 세계 경제에 경기 하방 리스크로 작용하는 강도는 약화되는 추세라고 했다.

또한, 일부에서는, 러시아가 막대한 군비와 인명 피해를 감당하기 어려워 휴전이나 종전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한편, 전쟁의 양상과 무관하게 러시아의 유럽 지역에 대한 가스 공급 중단 우려가 상존하면서 유로존 경제가 급격하게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여전히 높아 보인다. 특히, 연말 유로존의 겨울철 에너지 수요 급증 시기에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이 본격화될 경우, 유로존 지역을 중심으로 에너지 가격 급등과 대규모의 경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 연준의 급진적 통화정책(Monetary policy)을 들었다. 연구원은 자국 인플레이션 극복을 위한 미 연준의 급격한 정책금리 인상이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을 급증시키면서 세계 경제의 교란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 연준 내 주요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과 시장의 전망을 종합해 보면, 향후 2022년 말 또는 2023년 상반기 중 4.00% 이상까지 금리가 추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그 이후에도 고금리 수준이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수입 물가 불안을 통해 국내 물가의 안정화를 저해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신흥국의 글로벌 자본 이탈 동기를 자극하면서 세계 경제의 ‘Overkill(금리 인상이 실물 경제 침체를 유발)’을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제공
현대경제연구원 제공

이런 요인들로 인해 세계 경제는 코로나 위기 이후 경기 사이클상 확장 국면이 종결되고 경기 하강 국면으로의 진입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연구원은 내다봤다. 현재 세계 경제는 코로나 위기 이후 경기 사이클상 확장 국면이 종결되고 경기 하강 국면으로 진입되면서 펀더멘틀이 취약한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대부분 국가들이 코로나 위기 국면을 거치면서 경제의 건전성이 크게 약화되어 작은 충격에도 경기 변동성이 확대되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다섯 가지 리스크 요인(STORM)의 영향력이 2023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향후 세계 경제의 경기 하강 또는 침체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고 연구원은 전망했다.

다만, 리스크 요인들 대부분이 시간이 갈수록 그 영향력이 완만하게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또한, 일부 리스크 요인들은 그 자체의 이슈가 해소될 수도 있기 때문에 ‘퍼펙트 스톰’보다는 일정 기간 동안 제한된 범위 내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를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연구원은 판단한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경착륙 등과 같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으나, 발생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을 줄 수 있는 ‘회색코뿔소(Gray Rhino)’ 또는 ‘블랙스완(Black Swan)’ 리스크가 부상할 경우 대규모의 경제위기를 의미하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연구원은 점증하는 세계 경제 위기 발발 가능성에 대응하고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세계 경제의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응한 선제적인 위기 대응 능력 강화와 취약 계층에 대한 안전망 확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음으로, 미·중 중심의 양분적 글로벌 산업 지형 재편과 본격화되고 있는 기술 패권 전쟁에 대응하여 유연한 통상 외교 전략과 핵심·원천 기술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국제 정세의 급변으로 인한 산업계의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자원 확보와 공급망 안정 노력이 절실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실물경제의 교란 요인이 되고 있는 금융시장의 변동성 급증에 대응하여, 금융 당국의 대외 신인도 제고 및 시장 내 심리 안정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밝혔다.[파이낸셜신문=임권택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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