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필요하지만, 속도와 방법엔 이견' ... "자율화·시장화로 해결해야"
'탄소중립 필요하지만, 속도와 방법엔 이견' ... "자율화·시장화로 해결해야"
  • 임권택 기자
  • 승인 2024.10.31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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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30일 '탄소중립, 꼭 해야 하나요?' 주제로 제6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 개최
전문가들, 탄소중립 필요... 탄소중립 속도에는 이견 (당장 해야 vs. 현실성 고려해야)
탄소중립 위한 에너지 전환방법도 의견 엇갈려... 재생에너지 중심 vs. 원전 등 무탄소에너지 확대
여야 국회의원 "기후금융 특별법, 재생에너지 특화산업단지 조성 및 조세 혜택 등 탄소중립 지원 필요"

#1. 구글(Google)은 최근 전력수요가 급증해 온실가스 배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결국 '탄소중립을 달성한 최초의 대기업(Major Company)'이라는 타이틀을 포기하고 원전 스타트업과 별도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했다.

#2. 수소 사업에 뛰어든 A사는 최근 2030년까지 매출 목표를 절반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수소를 팔 곳도 찾기도 힘들고 정부가 주는 인센티브도 부족해 계속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이다.

#3. 국내 에너지 제조기업 B사는 국내 해상풍력에 투자하려고 했지만, 수많은 법률에 대한 인·허가를 각 부처에서 받아야 하고, 국회에서 해상풍력법 또한 통과가 되지 않고 있어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우리나라 탄소중립 선언 4년째를 맞아 많은 기업들이 탄소중립 이행과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이 탄소중립 속도와 에너지 전환 방법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0일 상의회관에서 '2024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날 세미나는 '탄소중립, 꼭 해야 하나요?'를 주제로 최근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진단하고 향후 정책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 국회, 기업, 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 주요인사 30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서자들이 기냠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최태원 회장은 이날 마무리 발언을 통해 "탄소중립이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지 공감하셨으리라 생각한다"며 "탄소중립은 분명 하기싫은 숙제이지만 오히려 새로운 기회일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은 에너지를 수입해서 발전해왔다"며 "1년에 에너지 수입을 위해 대략 300조원을 쓰고 있다. 만약 우리가 기술로 300조원을 대체할수 있고, 300조원를 수출할 수 있는 기회로 보면 '하기싫은게 아니라 해봐야겠는데' 라고 인식이 바뀔 것"이라 말했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 산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미래산업이 우리에게 주는 기회중 하나가 탄소중립"이라며 "에너지는 누구에게 의존할수밖에 없는데, 현재 지정학적 위기상황에서 이것은 위협이 될 수 있다. 현재 우리는 룰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룰을 take하는(받는) 존재"라고 언급했다.

이어 "실제로 그런 형태에 머물러 있는데, 이걸 바꿔야 한다"며 "이걸 전환해야 하는게 정책이 된다고 하면 탄소중립은 오히려 산업을 바꿀 수 있고, 산업을 보호해야 하는게 아니라 에너지를 무기화할 수 있는 좋은기회가 될 수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세미나의 주제인 “탄소중립 꼭 해야하나요?”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며 "당위성만 가지고 얘기할 문제가 아니라 경제성과 당위성 두가지를 조합해야 하는게 숙제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국민의 인식을 바꿔서 탄소중립이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물론 정부지원이나 금융정책 등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건 국민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에너지원으로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에너지는 불이익 받고 그렇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는게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방법"이라며 "어차피 석탄발전, 화력발전을 없앨 수는 없다보니 이걸 줄이게 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전원 관련하여 최 회장은 "경제계는 privatization(분산화)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지금처럼 중앙송전망에 의존하도록 하면 안된다"고 밝혔다. "분산화하게 되면 '전기값이 무조건 올랐다'가 아니라 살고있는 동네나 쓰는 패턴에 따라 에너지 절약 많이하면 전기값이 적게 나오고, 절약 안하면 비싼 전기값을 물릴 수 있게 된다"고 덧붙이면서 "이를 AI에 접목시키면 전력 낭비를 덜 하고 에너지를 쓸 수 있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최 회장은 "지금의 탄소문제, 에너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새로운 인센티브를 만드는 것"이라며 "그동안은 탄소세금을 물리고, 배출권 제도를 운영해왔다. 규제 보다는 자율화, 시장화를 만들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사진=대한상의

◇ 전문가들, 탄소중립 필요... 탄소중립 속도에는 이견 (당장 해야 vs. 현실성 고려해야)

첫 번째 세션에서는 한국의 탄소중립 이행과정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법들을 논의했다.

발표자로 나선 조홍종 단국대학교 교수는 "탄소중립은 청정 전기화가 핵심으로 현재 전력산업의 혁신적 개편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AI 등장에 따른 데이터센터 등의 폭발적 전력소비량 증가에 대비하고 국내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의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송전망 적기 건설과 24시간 365일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산업부문에서 기업의 탄소감축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탄소감축 제품의 가격차별화를 위한 프리미엄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담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탄소중립은 환경 문제를 넘어 경제 문제가 되었기 때문에 해야 한다는 의견에 모두 입을 모았다. 다만, 탄소중립 속도에 대해서는 당장 해야 한다는 의견과, 무리한 탄소중립 목표는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현실성 있는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 탄소중립 위한 에너지 전환방법도 의견 엇갈려... 재생에너지 중심 vs. 원전 등 무탄소에너지 확대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의 방향에 대해서는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과, 원전 등 무탄소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홍종호 서울대학교 교수는 "에너지 전환의 세계적 추세는 태양광과 풍력으로 대표되는 재생에너지의 혁명적 확대인데 유독 한국만 이러한 거대한 흐름을 놓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최하위를 탈출하기 위한 대대적인 정책 전환이 일차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 역시 "에너지 전환의 중심은 재생에너지”라면서 “원전의 수요가 과거보다 높아지고 있으나, 가격 경쟁력이 낮고 건설 기간이 길어 빠른 에너지 전환에 중심이 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주헌 동덕여자대학교 교수는 "고립된 전력 계통, 전기저장의 기술적 경제적 한계 등을 감안할 때, 날씨 등 외부요인에 따라 좌우되는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증가는 전력 수급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다"며 "획기적인 기술 개발까지는 원전을 적정수준에서 적극 활용하고, 재생에너지를 보완할 백업 전원으로서 LNG 발전을 상당 기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동준 연세대학교 교수도 "탄소중립은 피할 수 없는 산업 전환과정으로 에너지 전환시에도 산업경쟁력을 고려해야 한다"며 "국가 기간산업인 소재 산업의 탄소중립화는 10년 이상의 개발기간과 1조원 이상의 연구비가 필요해 R&D 지원과 산업 경쟁력을 위한 전력, 수소 등의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 여야 국회의원, “기후금융 특별법, 재생에너지 특화산업단지 조성 및 조세 혜택 등 탄소중립 지원 필요”

두 번째 세션 발표자로 나선 정재훈 맥킨지앤드컴퍼니 파트너는 세계 주요국의 탄소중립 정책 트렌드를 소개하고 현재 시장의 기후기술 및 지속가능성 기반 비즈니스의 잠재력에 대해 분석했다.

이어 토론회에서는 여당과 야당의 기후변화 전문 국회의원이 관련 입법 활동을 소개하고, 탄소중립을 위해 시급한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선진국들은 탄소중립 기술을 뒷받침하기 위해 공격적인 지원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며 “탄소중립 무역전쟁에서 한국은 이미 많이 뒤쳐져 있는 만큼 조속한 입법을 통해 기후금융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선진국과 탄소기술 격차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의원은 "탄소중립을 위한 기업의 전환 전략에 자금을 공급 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의 촉진 등에 관한 특별법안'과 탄소중립 시설에 대한 기업투자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8%에 불과해 세계 평균인 30%에 한참 못 미친다"며 "국내 화석연료 발전원을 빠르게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만 우리 기업들의 RE100 및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현재 10% 수준인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중을 높여 탄소가격을 충분히 부과하고, 동시에 재생에너지 특화산업단지 조성 및 조세 혜택 등 지원책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지난 6월 '한국형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인 '탄소중립산업 육성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 산업·에너지 전문가, "탄소중립 산업전환 특별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조속 제정 필요"

산업부문에서 권남훈 산업연구원 원장은 "에너지·온실가스 집약적인 산업 대부분이 기초소재와 핵심부품을 공급하는 필수 산업이기 때문에 탈탄소 기술개발과 조기상용화, 설비투자를 지원하는 혁신금융, 신성장동력화를 위한 저탄소제품 시장 창출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며 "산업대전환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 위한 지원 중심의 특별법 제정이 조속히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부문에서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은 "에너지 공급측면에서 전력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원자력, 청정수소 등 다양한 무탄소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며 "특히 원자력의 안전한 사용·처리과정을 규정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합리적 전기요금 설정과 전력 도·소매요금의 연계, 무탄소 에너지원에 맞는 시장 제도, 실시간 및 보조서비스 시장 개설 등 에너지 시장제도 개선과 에너지 효율 개선 등 수요절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은 마무리 발언에서 "여러가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전세계가 탄소중립으로 가는 방향은 확고하다"며, "적극 대응해서 지금의 변곡점을 기회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실용주의 관점에서 원전과 재생에너지 등 모든 무탄소에너지를 총동원해서 탄소중립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최근 우리기업들이 탄소중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수익성 저조, 인허가 지연, 정책기조 변화와 같은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 기업의 애로사항을 면밀히 점검하고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면서 산업경쟁력도 함께 강화하도록 정부, 국회와 협력해 지원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신문=임권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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