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적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기후현상의 빈도와 심도가 증가할수록 손해보험사의 손해율은 오히려 낮아진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보험연구원은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보험연구원 12층 컨퍼런스홀에서 산학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리스크 평가 및 보험사 재무건전성과 관련된 주제 발표와 종합 토론이 이뤄졌다.
정광민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와 보험회사 재무건전성’ 주제 발표를 통해 “계리기후지수(Actuaries Climate Index, ACI)가 손해보험사의 손해율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ACI가 1단위 커질수록 손해율이 1.06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ACI는 미국손해보험계리사회(CAS), 미국생명보험계리사회(SOA), 미국계리사아카데미(AAA), 캐나다계리사회(CIA) 4개 단체가 공동 개발한 지표로서, 미국과 캐나다 대륙 내의 극한 기후와 해수면 상승을 정량적으로 측정한 통계치다. 이를 활용하면 불확실한 극한 기후현상이 다양한 사회 주체들에게 끼치는 손실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 교수는 “1973년부터 2013년까지 기상청에서 전국 59개 지점에서 월별 ACI 추세를 살핀 결과, 분기별 ACI와 동일 분기의 손해율 간 유의미한 관계성이 확인됐다”며 “이는 기후변화로 인해 극한기후현상의 빈도와 심도가 증가하면 보험사는 이에 따라 차후 보험요율을 보수적으로 조정해 오히려 손해율이 낮아진다는 기존 연구(Born and Viscusi, 2006) 결과와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ACI와 풍수해 관련 보종의 지급보험금 간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보험 종목별로 ACI가 미치는 영향이 상이한 것으로 관찰됐다”며 “전반적으로 장기보험이 다른 보종들에 비해 ACI의 영향을 많이 받고, 화재보험은 대부분 손보사 내에서 보종 평균보다 영향을 받는 정도가 작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보험사의 보험 포트폴리오 구성에 따라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로의 위험익스포저(risk exposure)가 상이할 수 있다”며 “기후양상에 따라 보험사별 추정 자본량 또한 상이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포트폴리오 재조정 등 경영 전략 변화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제 발표 후 종합 토론에서 이승준 보험연 연구위원은 "기후변화 심화에 따라 물리적 리스크 노출을 줄이기 위한 보험사의 리스크 관리 차원의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보장격차가 확대되는 부작용이 예상되므로, 정부가 기후 인프라를 확충해 기후 취약성을 완화하고 보험사는 보험사 인수를 통해 기후 회복력을 강화하는 등 선제적인 공사 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민환 인하대학교 교수는 "기후변화의 물리적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불확실성과 비표준화 문제로 인해 장기적 시나리오 분석이 필요하고 보험사 자산 및 부채에 대한 민감도와 관련 데이터의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이낸셜신문=임영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