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륜 기반 싱글 전기모터와 66kWh 배터리팩 탑재…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35kg.m
센터 디스플레이에서 많은 부분 조정…사이드미러 조정 UI 개선, 비상등 물리버튼 추가 필요
지난해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등장한 볼보의 새로운 소형 전기 SUV 'EX30'이 한국 시장에 상륙했다. 과거보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시장 트렌드를 겨냥한 듯한 볼보 EX30은 가격과 성능은 물론 프리미엄까지 모두 경험할 수 있는 모델이다.
볼보EX30은 2023년 6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월드프리미어 행사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해 한해 동안 9만8천여대, 그 중 유럽시장에서만 7만8천여대를 팔아치웠다.
최근 경남도 김해시에서 진행된 미디어시승 행사에서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볼보는 한국에서 그 어떤 나라보다 가장 합리적이며 경쟁적 그리고 무엇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했다"면서 "7천여만원으로 책정된 가격보다 2천만원 이상 낮아진 만큼 합리적인 가격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소개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시승에서 만난 볼보 EX30은 기존 내연기관 SUV들을 연상시키는 요소들을 더욱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계승했다. 전면후 헤드램프의 '토르의 망치'는 픽셀로 구성된 볼보의 차세대 디자인을 적용했다. 후면부 테일램프도 기존 내연기관 SUV에 적용된 것을 마찬가지로 재해석했다.
전면부 보닛 안에는 작은 짐, 가방이나 충전케이블 등을 보관할 수 있는 7리터 용량의 프렁크가 있으며, 루프는 검은색으로 마감해 보다 날렵해 보이도록 했다. 트렁크 용량은 318리터로 소형 SUV로서는 비교적 넉넉한 편이다. 충전구는 운전석 측 뒷바퀴 위에 자리하고 있다.
실내는 북유럽의 미니멀한 감성을 담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모델들에서 볼 수 있던 운전석 계기판이 사라져있고, 공조장치 조절이나 오디오 조절을 위한 여러 물리버튼들도 없어졌다. 그 모든 기능들은 센터에 자리한 독립형 12.3인치 디스플레이로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센터 디스플레이를 통해 속도, ADAS 작동상태를 비롯해 내비게이션과 AVN, 공조장치, 좌석조절, 등을 설정할 수 있다. 여기에 티맵모빌리티의 '누구 오토'를 탑재하고 있어서 실내 온도 조절이나 엔터테인먼트 등을 우리말로 편리하게 작동시킬 수 있다.
물리버튼 대신 센터 디스플레이로 여러가지 기능들을 조절하다 보면 시선을 자주 디스플레이를 향하게 되는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 볼보 EX30에는 운전대 뒤쪽에 적외선 센서로 운전자의 시선과 움직임을 감지하는 '운전자 경고 시스템'을 탑재했다.
이 기능이 작동 중에는 전방 주시 또는 휴식 필요 등을 화면과 소리로 안내를 해준다. 운전 초보자에게는 안전운전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기능으로 보이지만, 운전 숙련자에게는 '잔소리꾼'이 지박령처럼 붙어있는 모양새다. ADAS인 '파일럿어시스트'를 고속도로에서 작동시키고 도로주변 풍경을 잠시 바라보고 있어도 어김없이 알람이 울린다.
1열의 레그룸은 상당히 넓직하다. 보통 도어에 스피커가 자리하기 마련인데, 볼보 EX30은 그 스피커를 앞유리 아래쪽에 사운드바 처럼 구성했다. 울트라 트림에는 9개의 스피커로 1천40W에 달하는 출력을 갖춘 하만카돈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까지 탑재된다. 2열 공간은 소형 SUV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일부에게는 경차 2열과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대시보드와 도어, 레그룸 공간에는 앰비언트 라이트도 적용됐다. 여기에 가죽 대신 핀란드 및 스웨덴에서 생산된 소나무 오일로 만든 바이오 소재인 '노르디코', 재활용 데님 또는 플라스틱, 아마(flax) 기반 합성 섬유, 70% 재생 폴리에스터를 포함한 울 혼방 소재 등을 사용해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1열에 탑승해 전원버튼을 누르고 천천히 이동했다. 주차장에 빠져나와 일반도로로 진입했는데, 방음에 상당하 노력을 했다는 것을 드러내는 듯 도로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크지 않은 편이다. 가속페달을 천천히 조작하니 점차 속도가 붙는데, 이마저도 여유롭다. 탑승자를 고려해 한두박자 느긋하게 셋팅된 덕분이다.
고속도로로 안전하게 진입하기 위해 흐름에 맞춰 빠르게 속도를 올렸다. 볼보 EX30은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35kg.m의 힘을 발휘하는 후륜 기반 싱글 전기모터와 66kWh 배터리팩을 탑재했다. 여유있게 설정했다고 하지만, 1.8톤에 달하는 차체를 상당히 경쾌하게 밀어준다. 내연기관 2.0리터 가솔린터보 엔진을 탑재한 고성능 스포츠카보다도 경쾌한 느낌이다.
1.8톤의 중량이 차체를 누르고 있는 만큼 운전은 상당히 안정적이다. 고속주행시 안정적인 느낌도 꽤나 좋은 편이다. 그러나 국도 구간에서는 오히려 1.8톤의 중량이 타이어에 부담을 주는 듯 한 느낌이 전달된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주행하는 와인딩 주행에는 어울리지 않는 차라는 의미다.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를 옹골차게 담은 볼보 EX30에서도 아쉬운 점이 눈에 들어온다. 그 중 하나는 사이드미러를 조절하는 부분이 센터디스플레이와 운전대 버튼으로 나눠진 점이다. 사이드 미러를 센터디스플레이로 선택을 한 뒤 운전대의 버튼을 눌러 상하좌우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는데, 센터디스플레이 내에서 모두 조절하도록 했으면 더 나았을 것으로 보인다.
비상등 조작도 센터디스플레이에서 하도록 했지만, 적어도 비상등 조작도 별도의 물리 버튼으로 만드는게 안전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안전을 상당히 강조하는 수입차 브랜드라고 하지만, 최근이 자동차 업계의 디자인 트렌드와 상당히 타협한 듯한 모습이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몇몇 자동차 브랜드에서 사라졌던 물리 조작버튼을 부활시킬 것이라고 한 만큼 볼보차에서도 디자인 트렌드보다는 더욱 안전을 고려한 UI/UX 디자인 변화를 기대해본다. [파이낸셜신문=황병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