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기후변화는 기존 금융시스템에서 고려 못한 예상 밖 '테일 리스크'"
이창용 한은 총재 "기후변화는 기존 금융시스템에서 고려 못한 예상 밖 '테일 리스크'"
  • 임권택 기자
  • 승인 2025.03.1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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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특정 지역에 대규모 피해가 집중된다면, 가계와 기업이 입은 손실이 금융기관 부실로 연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가 1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에 참석, 기조 연설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가 1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에 참석, 기조 연설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지금까지 금융기관이 주로 관리해온 위험 요인은 대출 부실, 부동산가격 변동과 같은 경제적 요인들이었다"며 "그러나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변수는 기존 금융시스템에서 고려하지 못한, 예상 밖의 ‘테일 리스크(tail risk)’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 기조연설에서 "기후변화는 수출산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아니다"며 "이미 우리의 일상과 다양한 국내 산업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따라서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감축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가 당장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그동안 정부와 관련 부처에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우선, 우리나라의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를 국제기준에 맞춰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친환경의 정의를 더욱 명확하게 제시함으로써, 탄소감축을 위한 분명한 방향성을 제공하는 신호등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탄소배출권 가격을 보다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해 4월 기준, 탄소배출권 가격은 전 세계 평균이 톤당 약 30달러, EU는 60달러에 달했던 반면, 우리나라는 불과 6달러 수준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가격이 과도하게 낮으면, 기업들은 탄소를 줄이기보다 배출권을 구매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탄소배출권 거래제(K-ETS)를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현재 90%에 달하는 무상 할당 비율(Free Allocation Rate)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배출권 총량(Cap)도 점진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시장 원리에 따라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유인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한국은행 또한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금융권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통해 기후 리스크를 반영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LA 산불, 그리고 2019년 6개월간 지속된 호주 산불을 떠올려 보면, 이러한 재난이 이제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며 "만약 우리나라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해 특정 지역에 대규모 피해가 집중된다면, 가계와 기업이 입은 손실이 이들과 연결된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는 금융시스템 전반을 흔들고, 결국 우리 경제 전체로 충격이 확산될 위험이 있다"며 "한국은행은 기후 리스크가 우리 산업구조와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설정하여 금융기관들과 함께 기후변화 스트레스 테스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다음주 화요일에는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컨퍼런스를 개최하여 금융기관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 직원들은 연구 활동(김재윤 외, 2024) 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다"며 "작은 변화라도 의미가 있다는 시각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재생용지 명함을 사용하고,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며, 전등 소등과 차량 5부제 등 에너지 절약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는 등 다양한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파이낸셜신문=임권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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