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수직 상승, TV 드라마 시청률 하락과 광고 수익 감소 부작용도
작가·스태프·기술인력 생계 위협…현장 목소리로 제도개선 촉구
넷플릭스, 디즈니+ 등 해외 거대 OTT와 손잡고 제작된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와 남미 등 해외에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소외된 드라마 제작 현장의 다양한 직군 종사자들이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 뜻을 모았다.
드라마 작가, 연출자, 연기자, 카메라, 조명, 음향, 편집, 미용, 의상 등 드라마 제작 전반에 참여하는 현업 종사자들이 참여한 '드라마 창작자 연대'는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공식 출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은 국내 드라마 산업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제작 환경 개선과 창작자 권익 보호를 위한 구체적 연대 활동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출범식에는 한국 드라마 PD협회장을 지낸 이은규 드라마 창작자 연대 이사장(한국인공지능진흥협회 문화예술콘텐츠위원장)을 비롯해 정락현 이사(한국인공지능진흥협회 정책부회장, KBS영상원장), 유소원 작가와 최순식 작가, 김영임 드라마 창작자 연대 이사(연기자), 이정훈 드라마 창작자 연대 부회장(연기자) 등이 참석했다.
이은규 이사장은 "한국 드라마는 숙성된 제작진의 역량과 해외 OTT 자본이 결합해 아시아, 남미 등에서 큰 갈채를 받고 있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제작비 수직 상승과 TV 드라마의 시청률·광고 수익 감소로 인해 제작 주체들이 힘을 잃고 있으며, 중소 제작사는 문을 닫고 갈 곳 잃은 창작자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드라마 한류의 제작 기반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며 "위기의 원인과 해법은 이해관계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관점은 평생토록 드라마를 비용 부담 없이 즐겨온 시청자들에게 지금의 위기가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큰 화제가 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수천만 외국인은 시청했지만, 우리 국민 절반 이상은 OTT 구독을 하지않아 보지도 못했다"며 "지금 드라마 산업의 기초가 무너지면 이는 곧 한국 문화 전반의 경쟁력을 잃는 국가적 손실로 이어진다"라고 경고했다.
좋은 드라마를 통해 삶의 의미를 추구하고, 드라마 노동을 통해 생계를 꾸려온 작가, 연출자, 연기자, 카메라맨, 조명, 오디오, 편집, 효과, 음악, 셋트 디자인, 분장, 미용, 소도구, 대도구, 의상 등등의 담당자들은 현재의 이런 추락의 가속화를 시급히 막아서고, 새로운 활로를 열어 가는데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는 최후의 결단에 이르게 됐다고 '드라마 창작자 연대'는 출범의 이유를 밝혔다.
이정훈 부회장은 "우리 드라마 창작자 일동은 '드라마 창작자 연대'라는 이름 아래 뭉쳐, 현장의 위기 의식을 직접 전하고 미증유의 격변에 심도 있는 해결책을 함께 찾아내고자 한다. 이에 공감과 동참 해주시길 간절히 호소한다"라고 당부했다.
이어서 "이번 연대는 특정 직능이나 이해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는, 드라마를 통해 삶의 의미를 전하고,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 온 창작자들이 함께 생존과 미래를 모색하자는 절박한 호소이자 출발"이라며 "여러분들의 관심과 목소리 전달이 한국 드라마의 미래를 지키는 첫 걸음이 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향후 '드라마 창작자 연대'는 향후 정기 포럼 개최, 산업 정책 제언, 근로 환경 개선 캠페인 등 다각적인 활동을 통해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파이낸셜신문=황병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