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기에 기업의 외화부채 문제를 정책적으로 대응하려면 대기업 중심의 쳔편일률적 형태가 아닌, 개별 기업의 특성을 폭넓게 반영·적용할 수 있는 미시적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금융학계의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국제금융학회와, 한국금융연구원(KIF),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5일 서울 중구 명동 소재 은행연합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급변하는 경제환경 하의 무역과 국제금융의 신질서'를 주제로 공동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김준형 한국개발연구원(KDI) 동괄총향은 'Corporate Dollar Debt and Global Trades : The Role of Firm Heterogeneity' 발표에서 "환율이 급격히 변동할 경우, 수출 기업도 외화 부채로 인한 부정적 충격에 노출될 수 있다"며 "앞으로 기업 특성을 감안한 미시 기반 정책 설계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반적으로 수출 기업은 환율 상승 시 수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외화 수입이 증가해 수혜를 본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김 총괄은 "달러화 부채를 가진 기업이 글로벌 금융 환경 변화에 따라 무역 활동에서 받는 충격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총괄은 "1997년 IMF 위기 전후 수출기업의 외화 부채 보유와 수출 반응 간 관계를 실증 분석한 결과, 외회 부채 비중이 높은 수출 기업은 환율 상승기에는 수출 물량을 줄이고 수출 가격을 올리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특히 소규모 기업일수록 수출 물량과 수출 가격 모두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더 큰 피해를 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기업이 외화 부채에 노출된 상태에서 환율이 급등할 경우, 대기업은 그나마 대체 자금 조달 등의 방안으로 대응할 수 있겠으나, 중소기업은 생산활동 자체가 제한되면서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는다"며 이는 기업의 재무건전성 지표에도 확인할 수 있다고 함께 언급했다.
그러면서"국가 정책을 설계함에 있어 평균값이 아닌, 실제 충격을 받는 기업들의 속성을 분석한 다음, 맞춤형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룡 Johns Hopkins Univ. 교수는 'Liquidity Shocks and Firm Exports : Evidence from Cash Shortages during India's Demonetization' 발표에서 "기업이 보유한 달러 표시 부채가 무조건적인 리스크가 아니라, 오히려 기업의 수출을 촉진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달러 부채를 가진 기업이 공통적으로 갖는 특징은 수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환율 변동에 더 기민하게 대응한다는 것"이라며 "외화부채는 수출 확대를 위한 투자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무역 충격에 대한 반응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각 기업의 특성"이라며 "달러 부채를 보유한 기업이 오히려 글로벌 무역 환경에서 더 높은 적응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달러 부채를 가진 기업 중 일부는 환열 변동기에 수출액이 더 빠르게 반등하거나 혹은 수출액이 줄더라도 그 폭은 작았다"며 "환율 상승 국면에서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 수입을 기업의 부채 상환 부담을 상쇄하는데 활용하여 재무적 유연성을 확보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전체를 평균값으로 놓고 설계한 정책은 특정 대기업 중심의 효과에 머물 수 있다"며 "금융 접근성이 제한된 중견기업, 신흥시장 기업 등이 정책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으려면 수출 정책이나 금융 규제를 설계함에 있어 기업의 규모와 부채 구조, 외화 자산 유무 등을 폭넓게 감안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파이낸셜신문=임영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