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경기부양 시급...경제구조 구축 노력도 병행해야"
한은 총재 "경기부양 시급...경제구조 구축 노력도 병행해야"
  • 임권택 기자
  • 승인 2025.06.1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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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창립 75주년 기념사 "경기부양 정책만 과도하게 의존시 사후적 더 큰 부작용"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지난 12일 "현 상황에서 경기회복을 위한 부양책이 시급한 것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성장잠재력의 지속적인 하락을 막고 경기변동에 강건한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한국은행 창립 제75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한국은행 창립 제75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날 이창용 총재는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창립 제75주년 기념식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급하다고 경기부양 정책에만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사후적으로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올해는 한국은행 창립 75주년이자,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해"라며 "지난 6개월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정치 갈등으로 인해 광복 직후의 혼란을 떠올리게 할 만큼 엄중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다"고 언급했다.

이어 "국제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 강화로 글로벌 통상여건이 악화되고 세계경제의 분절화 흐름도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대내적으로는 지난해 말 비상계엄 이후 고조된 정치적 불안정성이 장기화되면서 사회갈등과 분열이 심화되었다"며 "지난 6개월은 ‘불확실성’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될 만큼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우리 경제는 이러한 대내외적 충격으로 인해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었고, 특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올해 우리 경제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며 "올해 경제성장률은 0.8%, 내년도 성장률은 1.6%로 지난 2월 전망에 비해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되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올해 예상되는 성장률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를 제외하고는 지난 3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며 "불과 3개월 만에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0.7%p나 낮춘 것 역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러한 낮은 성장률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한 수출 둔화 우려가 큰 부분이지만, 지난 6개월간 정치적 불확실성 아래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상반기 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 0.1%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점 역시 중요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건설투자는 2분기까지 5분기 연속 역성장할 것으로 보여, 가장 큰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히 증가했던 부동산 관련 부채가 조정 국면에 있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내년 성장률 1.6% 전망에도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 앞으로 내수는 점차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미국 관세정책과 무역협상의 향방에 따라 수출 흐름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은 이러한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그만큼 경기부양 정책이 시급해졌다고 보고 있다"며 "우리는 작년 10월 이후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긴밀한 공조도 이어져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다만 "어느 정도의 경기부양이 적절한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낮은 성장률을 단순히 경기순환의 관점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시각에서도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올해 예상되는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수준이지만 두 기간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며 "2000년대 중후반만 해도 4% 수준이었던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저출생·고령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지금은 2%를 밑도는 수준까지 빠르게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간 중 잠재성장률은 하락하였지만 높은 대외 의존도와 일부 산업에 집중된 수출 구조 등으로 경기변동의 진폭은 축소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그 결과 대내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역성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다. 올해 1분기와 같이 분기별 역성장이 발생할 확률은 2024년 약 14%로서 10여년 전에 비해 3배나 높아진 것"으로 추정했다.

이날 이 총재는 경기부양 정책을 언급하면서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사후적으로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실물경기 회복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지난 3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연율 기준으로 약 7% 상승했으며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확대되고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쉽게 경기를 부양하려고 부동산 과잉투자를 용인해 온 과거의 관행을 떨쳐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졌으나 미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조절에 따라 내외금리차가 더 커질 수 있고 주요국 무역협상 결과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아 외환시장 변동성도 다시 확대될 수 있다'며 "앞으로의 금리 정책은 인하기조를 유지하되 구체적인 인하 폭과 시점은 향후 거시경제와 금융지표의 흐름을 면밀히 살펴보며 신중히 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통화정책의 수행과 더불어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노력을 경주해 왔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한 "최근 경기부양과 함께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다"며 "유럽에서도 성장이 정체되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 심화, 글로벌 공급망 분절화로 인한 피해 등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임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구조개혁은 항상 이해관계의 충돌을 피할 수 없으며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승자와 패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 따라서 충분한 조율과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좋은 정책이라도 이해집단의 저항에 부딪쳐 좌초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제안한 여러 정책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새로 출범한 정부가 구조개혁 과제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리더십을 발휘하여 당면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며 "한국은행은 이러한 과정에서 필요한 전문적인 분석과 정책 제안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재는 "이제는 미래지향적인 시각으로 앞으로 닥칠 도전 과제에도 철저히 대비해 나가야 한다"며 "무엇보다 디지털 기술과 AI의 급속한 보급으로 금융·경제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지금,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근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기관용 CBDC와 예금토큰에 기반한 미래 디지털 화폐 인프라를 시범구축하고 실제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금융의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속도 경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와 연결성을 요구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국제결제은행(BIS)은 미래금융의 모습으로 ’Finternet’, 즉 금융의 인터넷화를 제안한다"며 "이는 은행, 증권, 간편결제, 보험 등으로 분절된 서비스를 하나의 통합 인터페이스로 연결해 사용자 중심의 실시간 금융관리를 가능케 하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이를 실행하려면 "모든 금융기관이 연결된 공통의 디지털 화폐 기반이 필요하며 그 중심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예금토큰이 자리잡고 있다"며 "이들은 모든 참여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공통 결제단위이자, 기술표준의 중심이며 ‘프로그래머블 머니’로 설계될 수 있어 Finternet이 지향하는 맞춤형, 자동화된 금융환경의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한 "디지털 금융과 함께 AI도 이미 우리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 발전 가능성은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잠재력이 크다"며 "AI 활용이 중앙화된 대규모 서버에서 벗어나 모바일 기기와 같은 소형 장치로 확산되게 되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행도 이러한 변화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국내 업체가 구축한 ‘Sovereign AI’를 기반으로 당행에 특화된 AI를 개발하고 있으며 금년 하반기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번 사업이 국내 AI 산업 발전을 위한 민관 협력의 모범 사례로 자리잡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파이낸셜신문=임권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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