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총 111조5천466억→144조4천857억…주가상승·증여·비상장사 밸류업 주요인
삼성가 4인 10조 이상 불어나…효성·한화가 형제들도 계열분리 맞물려 자산 급증
올 상반기 국내 대기업 오너일가의 자산가치가 33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리더스인덱스가 50대 그룹 오너일가 중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623명의 자산가치 증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 총 자산은 144조4천857억원으로 올 초(111조5천466억원) 대비 약 29.5% 증가했다.
이번 조사는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모두 포함했다. 상장사는 2025년 1월 2일과 8월 29일 종가를 비교하고 비상장사는 2023·2024년 결산자료 및 반기보고서를 참고해 순자산가치를 추정했으며, 보유 주식수는 8월 8일 기준으로 반영했다고 리더스인덱스는 밝혔다.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자산 증가 1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다. 지난해 11조9천99억원에서 올 상반기 4조7천167억원 늘어 약 16조6천267억원을 기록했다. 보유 상장사 6곳(물산·생명·전자·SDS·E&A·화재)의 주가 상승이 주된 요인이다.
특히 삼성물산 주가가 올 초 대비 48% 넘게 뛰며 이 회장이 보유한 19.9% 지분 가치를 1조8천465억원가량 끌어올렸다. 또 삼성전자(1.5% 보유)로 1조5천895억원, 삼성생명(10.4% 보유)으로 1조774억원이 각각 늘어난 것도 전체 자산 볼륨을 키우는 데 기여했다.
삼성가는 이 회장뿐 아니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4조7천950억→6조7천394억원, 증가액 3위), 모친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5조4천466억→7조1천448억원, 5위),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4조1천694억→5조7천559억원, 6위)까지 포함해 상반기 동안 총 10조446억원의 자산이 불어났다. 이는 50대 그룹 전체 증가분(약 33조7천66억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막대한 수치다.
개인 자산 증가 2위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으로, 1조9천873억원 불어나 총 2조9천964억원을 기록했다. 부친 조석래 명예회장 별세 이후 지분 증여와 계열분리 과정에서 형제간 지분 맞교환 등을 거치며 자산이 급증했다. 주력 계열사인 효성중공업(지분율 0.1%→14.9%, 1조5천1억원↑), 효성(0.2%→41.0%, 3천836억원↑), 효성티앤씨(0.1%→20.7%, 518억원↑) 등이 증가를 이끌었다.
이부진 사장에 이어 4위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으로, 상반기 자산이 1조8천348억원 늘어 총 5조5천780억원이 됐다.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무상증자 효과로 보유 지분 20%의 가치가 두 배 이상 뛰며 1조7천억원 넘게 증가했다.
또 현대오토에버(7.33% 보유) 주가 상승으로 816억원, 현대자동차(2.11%)를 통해 476억원이 늘면서 비상장사 현대엔지니어링의 가치 감소분 1천129억원(4천432억→3천303억원)을 충분히 상쇄했다.
정태순 장금상선 회장의 아들 정가현 시노코페트로케미컬 이사(7위)는 자산이 1조5천392억원이 증가해 총 2조5천335억원을 기록했다. 해운·물류업 호황 덕분에 비상장 계열사 가치가 크게 뛰며 총 자산이 9천944억원에서 2.5배 이상 늘었다. 정 이사는 현재 장금마리타임, 시노코탱커, 시노코페트로케미컬 3곳의 지분을 각각 100%, 100%, 76.9%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석유화학제품운반선 사업을 하는 시노코페트로케미컬 가치가 1조3147억원 급등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이어 HD현대 최대 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자산이 1조821억 불어나 총 2조8천807억원으로 증가액 기준 8위에 올랐다. HD현대그룹 지주사인 HD현대의 지분율 26.6%를 보유 중인데, 주가가 지난해 대비 60% 이상 상승하며 1조 넘게 자산이 늘었다.
9위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다. 상반기 동안 1조697억이 늘어 총 4조8천497억원을 기록했다. 박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3곳(미래에셋캐피탈·자산운용·컨설팅)의 가치가 일제히 급등한 덕분이다.
미래에셋캐피탈(34.3%)은 8천959억원 증가해 1조3천745억원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60.2%)은 1천340억원 늘어나 2조4천665억원, 미래에셋컨설팅은 398억원 증가해 1조87억원으로 각각 평가됐다. 증권주 강세장에서 미래에셋증권 주가 상승이 두드러진 가운데, 그룹 해외법인 성과 확대와 글로벌 사업 성장세가 밸류업에 힘을 보탠 것으로 분석된다. 상위 10위권 가운데 창업자 출신 오너는 박 회장이 유일하다.
10위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으로, 상반기 9852억원이 더해져 1조7천946억원을 형성했다. 부친 김승연 회장의 증여 등으로 한화 지분율이 4.64%에서 8.65%로 확대돼 5천315억원이 증가한 데다, 방산·조선 계열사 실적 개선으로 주가가 4배 가까이 뛴 효과도 반영됐다. 지분 50%를 보유한 비상장사 한화에너지 가치 역시 4천493억원 늘어 전체 자산 증가를 뒷받침했다. 한화에너지는 올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한화오션 지분 7.3% 매각해 1조3천억원 수익을 올리며 기업가치가 크게 올랐다.
한화가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3천968억→9천476억원, 15위)과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3천926억원→9천117억원, 16위) 등도 이같은 증여 효과와 계열 분리 등으로 나란히 자산 증가 20위권에 들었다.
이밖에 최태원 SK그룹 회장(1조7163억→2조6천904억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4조3천604억→5조1천645억원), 이재현 CJ그룹 회장(1조2천422억원→2조164억원),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4조6천37억→5조3천39억원) 등이 자산 증가액 기준 11~14위에 올랐다.
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3천485억→7천507억원, 17위), 최기원 SK 행복나눔재단 이사장(6천401억→1조47억원, 18위),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1조1천292억→1조4천481억원, 19위),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3천681억→6천636억원, 20위)도 수천억대 자산을 불리며 2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자산이 크게 줄어든 이들도 있다.
감소액이 가장 큰 인물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으로, 보유 지분(33.8%) 평가액이 25.2%(약 8천301억원) 떨어지며 3조2천980억원에서 2조4천680억원이 됐다. 누나 신경애씨의 경우 지분 1.4%를 전량 매각해 1천381억원이 감소, 현재 보유주식 자산은 0원으로 집계됐다.
넥슨 창업자 고(故) 김정주 회장의 부인 유정현 엔엑스씨(NXC) 의장 자산도 2천억원 이상 줄어 2천351억원을 기록했다. 엔엑스씨 보유분 일부 매각과 함께 주당 순자산가치가 절반 가까이 떨어지며 감소폭이 커졌다.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은 건설 경기 침체 여파로 자산이 2천22억원 감소해 총 2조5천41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 부회장이 100% 지분을 가진 비상장사 중흥토건 가치가 1천946억원가량 줄었고 중흥에스클래스(70억원↓), 중흥설산업(27억원↓) 등도 평가액이 하락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은 이마트 주식 278만7천582주를 아들 정용진 회장에게 매도하며 자산이 1천384억원 감소해 1천627억원으로 나타났다.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은 상속세 납부를 위해 롯데지주, 롯데칠성음료, 롯데쇼핑, 롯데웰푸드 등 계열사 주식을 잇따라 매각해 총 1천182억원 줄며 530억원에 그쳤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비상장사 부영과 동광주택산업의 가치 하락으로 965억원 감소해 총 1조6천329억원이 됐다.
이와 함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핵심 당사자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은 각각 759억원, 391억원이 줄어 자산 총 평가액이 3천271억원, 7천233억원으로 집계됐다.[파이낸셜신문=임권택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