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책 운용, '단기 경기 회복'이 우선시되어야"
"미 관세 협상 재조정 등 '트럼프 라운드'의 또 다른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중앙은행, 성장과 물가 안정 집중 위해 보완 시스템 마련 필요"
"소비 심리 개선이 내수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도록 기업 투자 활성화에 주력해야"
"건설투자 침체 극복 위해, 내년 SOC 투자 조기 발주, 공공주택 공급 계획 신속한 실행 필요"
"취약 계층 생활 안정 위해, 제한된 복지 재원이 낭비되지 않고 적재적소에 집행돼야"
한국 경제가 당면한 최대 현안인 경기 침체 국면 탈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제 정책의 운용에서 정책 집행과 정책 효과 간에 발생하는 시차를 고려하여 '단기 경기 회복'이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라는 제언이 나왔다.
아울러 "중장기 잠재성장률 제고 전략도 경기 활성화 효과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정책을 우선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7일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간신히 만들어진 모멘텀, 경기 회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분석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 국면에서 탈출하려는 시도가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그 탈출 속도는 미약한 것으로 판단했다. 2분기 경제성장률(잠정치)은 1분기의 역(逆)성장(전기비 -0.2%)에서 반등하여 전기비 0.7%, 전년동기대비로는 0.6%를 기록했다.
수요 부문별로는 민간소비(전기비 0.5%)와 수출(4.5%)이 반등하면서 경제 성장을 견인했으나, 설비투자(-2.1%)와 건설투자(-1.2%)의 침체가 지속 중이다.
특히, 건설투자는 지난해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경기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편, 동행지수순환변동치는 7월에 들어서도 소폭 하락하면서 아직은 경기 저점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선행지수순환변동치가 7월에 들어 급등하면서 곧 경기 회복 국면으로의 진입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고 연구원은 언급했다.
연구원은 향후 한국 경제의 방향성은 트럼프 라운드(Trump Round)의 불확실성, FED와 BOK의 금융 완화(Monetary Easing) 강도, 경기 회복의 추진력 약화(Investment and Labor Market Cooling) 등의 요인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봤다.
먼저, 국제교역 시스템이 트럼프 라운드 체제로 전환되면서 글로벌 시장 전반이 위축되어 미국 외 시장에 대한 수출 경기까지 둔화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상존하며,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상호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결 결과의 향방도 새로운 불확실성으로 대두 중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부과 조치가 일단락되면서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은 다소 완화됐다. 특히, 지난 7월 31일(현지 시간) 한·미 통상 협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타결됐고, 이번 한·미 정상 회담에서도 통상 및 투자에 대해 양국이 우호적인 태도를 견지함에 따라 미국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대미 수출품에 대한 관세 인상으로 미국 시장에서 현지 생산 비중이 높은 외국 기업들과 경쟁하는 품목의 시장점유율은 하락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음으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사실상 FED 통화정책의 방향에 의존하는 바가 절대적이라고 판단하면서, 향후 FED-FOMC 결과의 불확실성이 높아 국내 시장 금리 수준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FED와 한국은행의 금리 격차가 사상 최고치인 2%p를 지속하면서, 향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FED의 통화 완화 강도에 의존하는 바가 클 것으로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소비심리가 강한 회복세를 보이며 경기 반등의 모멘텀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나, 총투자율이 매우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향후 경기 회복세를 강화시킬 수단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연구원은 경제의 총투자율이 급감하면서 단기 성장잠재력이 취약한 상황이라며 한국 경제의 총투자율(총자본형성/국민총처분가능소득)은 2022년 4분기(33.6%)를 고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올 2분기 현재 28.8%에 그치고 있는데, 이는 지난 2016년 1분기(28.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최근의 총투자율 급감은 건설투자가 장기 침체를 지속하는 가운데, 올해 들어 설비투자도 감소세로 전환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결국 투자 부진은 질 좋은 일자리 비중을 축소시키면서, 내수 회복세를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가계의 구매력 개선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했다.
현 경기 판단에 대해 연구원은 경기 반등의 계기는 만들어졌으나, 내수와 외수의 활력이 높지 않은 것으로 봤다. 최근 GDP 갭률은 3분기 연속(2024년 4분기, 올 1분기, 2024년 2분기) 연속 음(陰, negative)의 값을 가지는 데, 이는 현재 한국 경제가 경기 침체 국면에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올해 1분기보다 2분기의 GDP 갭률의 마이너스 폭이 축소되고 있으며, 최근 선행지수순환변동치가 우상향 추세를 보이고 있어 상반기는 경기가 더 악화하기보다는 바닥을 다지는 국면으로 연구원은 이해했다.
다만, 7월에 들어 경기 부문별로는 방향성에 차이가 나타나고 있는데, 소비는 소폭이나마 침체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있는 반면, 투자 절벽의 강도는 의미 있는 개선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수출은 미국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경기가 빠르게 하강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생각보다는 양호한 경기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3분기를 전후한 현재 경기 국면은 회복 국면에 진입했으나 회복세를 강화시킬 확실한 모멘텀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연구원은 3분기 현재 한국 경제는 경기 저점 또는 회복 초기 국면에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향후 언급된 세 가지 리스크 요인의 향방에 따라 경기 방향성과 회복력의 강도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상반기 재정·통화정책의 실기(失期)로 낙관적 시나리오(Positive Scenario)인 U자형(U-shaped)의 완만한(Moderate) 회복 가능성은 없다고 내다봤다. 지금으로서는 3분기 중 소비 쿠폰 지급에 따른 내수 진작 효과 그리고 긍정적인 한·미 통상 협상 결과의 영향으로, 향후 경기가 중립적 시나리오(Base Scenario)인 스우시(Swoosh)형 저속(低速) 회복 경로를 가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연구원은 예상을 벗어나 글로벌 통상 전쟁의 강도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전개되거나,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요인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경기 회복을 위한 금리 인하를 주저하는 매파적(Hawkish) 통화정책이 지속될 경우, 비관적 시나리오(Negative Scenario)인 더블딥(Double-dip, 재침체)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당면한 최대 현안인 경기 침체 국면 탈출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의 높은 수출의존도를 고려할 때, 이번 한·미 협상이 일단락됐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향후 전개되는 미국의 관세 협상 결과 재조정 또는 결과 무효화 등 ‘트럼프 라운드’의 또 다른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중앙은행이 그동안 금리 결정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해 온 '금융 불균형'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고, 통화정책 운용 본연의 목표인 성장과 물가 안정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최근 소비 심리 개선이 내수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경제 선순환 구조의 출발점인 기업 투자 활성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다, 현재 경제 성장 감속의 가장 큰 요인인 건설투자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토목 부문에서는 올해 SOC 투자의 점검 및 내년 SOC 투자의 조기 발주 그리고 건축 부문에서는 공공주택 공급 계획의 신속한 실행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경기 침체 장기화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 계층의 생활 안정을 위해, 제한된 복지 재원이 낭비되지 않고 적재적소에 집행되도록 복지 행정 현장에서의 정책 효과 극대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파이낸셜신문=임권택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