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온쇼어링 정책과 이민법의 괴리...美 취업비자 구조적 한계와 韓 기업의 관행 개선 필요
숙련 인력파견 막는 비자 제도 개선 없이는 140조 원에 이르는 대미 투자 성과 불투명
한국인 전용 비자 제도 도입을 위한 국회 차원의 초당적 외교 노력 절실
지난 4일 미 조지아주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현대자동차(이하, ‘LG엔솔-현대차’) 배터리 합작공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17명을 포함한 475명이 불법 취업 단속으로 체포·구금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미국 내 숙련 기술인력 부족과 미국 취업비자 제도의 구조적 한계가 복합된 결과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18일(목) '美 조지아주 한국인 이민 단속·구금 사건의 미국 비자제도 쟁점 및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140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안정적으로 추진하려면 우선 B-1 가이드라인 명확화 및 H-1B 신속 발급을 위한 패스트트랙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H-1B 쿼터 확보와 한국인 전용 E-4 비자 신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등 비자 제도 개선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 한국 정부·기업·국회 모두가 적극적으로 미 의회의 입법을 견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은 미국 현지에서 배터리 셀 공장 건설을 위한 ‘그린필드(greenfield) 프로젝트’추진에 있어 기술력을 갖춘 숙련 인력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에 있다. 한국 기업들은 공장 초기 가동 및 안정화를 위해 국내의 핵심 기술 인력파견이 불가피했으나, 현행 미국 비자 제도는 이러한 산업 현장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측면이 있다.
아울러, 미국의 취업비자((E-1, L-1, H-1B)는 발급이 까다롭고 신청에서 발급까지 수개월이 소요되며, 특히 미국 현지법인을 갖고 있지 못한 협력업체는 발급받기 쉽지 않아, 단기 방문 비자(ESTA, B-1, B-2)를 우회적으로 활용해 왔던 관행이 이어져 왔다.
또한, 미국 정부의 반이민 정책 강화 기조 속에서 올해 상반기부터 LG엔솔 및 현대자동차 소속 한국인 기술자들의 입국 거부 사례가 간헐적으로 발생했음에도 이를 시정하거나 근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대응이 미흡했다.
그리고 7월30일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3,500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대미 투자계획이 발표되었음에도 우리 기업이 겪는 인력파견을 위한 비자 문제는 핵심의제로 다뤄지지 못했다.
입법조사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 한국 기술 인력파견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지금이야말로 한국인 전용 비자 개선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우리 정부와 국회가 이를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안정적인 대미 투자를 지원하고 유사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해 다음과 같은 비자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B-1 가이드라인 명확화와 H-1B 패스트트랙 도입이 필요하다. 한미 양국 간 협의를 통해 B-1 비자의 허용 범위를 명확히 하고, 장비 설치, 시운전, 기술 교육 등 현지 파견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수립이 필요하다.
또한, 대규모 투자 기업 또는 특정 산업이나 직종을 대상으로는 H-1B 추첨 시 우선권을 부여하고, 심사 절차를 간소화하는‘패스트트랙(Fast Track)’ 제도를 행정부 차원에서 도입하도록 미 측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H-1B 쿼터 확보와 한국인 전용 전문직 비자(E-4) 신설이 필요하다. 호주(E-3, 10,500명), 캐나다·멕시코(TN, 전문직 무제한)의 사례처럼, 미 의회는 과거 몇 차례 별도 입법을 통해 특정국을 대상으로 비자 쿼터를 우선 배분하고 비자를 신설한 바 있다.
한국 정부도 2013년부터 미 의회에서 발의되어 통과되지 못한 '한국동반자법안(PWKA)'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와 기업은 물론 국회도 초당적 결의안 채택, 적극적 의회 외교 등 외교적 지원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140조 원이 넘는 대규모 대미 투자가 미국 내 첨단 산업 공급망 구축의 핵심축을 담당하는 만큼, 우리 기업의 안정적인 현지 운영과 투자 성공을 위한 비자 문제 해결이 선결 과제”라며, “특히 한국인 전용 E-4 비자 신설 등 비자 제도 개선을 위해 한국 국회의 초당적인 외교적 지원과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