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떠나는 이창용 "외환시장 개입·금리정책만으로 환율 관리 더 큰 부작용"
한은 떠나는 이창용 "외환시장 개입·금리정책만으로 환율 관리 더 큰 부작용"
  • 임권택 기자
  • 승인 2026.04.20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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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의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물가상승률을 주요 중앙은행보다 먼저 2%대로 낮춘 점에 자부심"
"중앙은행에 대한 국민의 믿음은 결국 중앙은행의 실력이 결정"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연합뉴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20일 "과거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 유출입에 크게 좌우되던 외환시장에서 이제는 국내 기업, 개인, 국민연금 등 거주자의 영향도 크게 확대됐다"며 "내국인 해외투자가 내외 금리차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조세정책, 연금제도,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크게 변동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이어 "이러한 현실을 제도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과거와 같이 외환시장 개입이나 금리정책만으로 환율을 관리하려고 하면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저출생과 저성장 문제 또한 통화·재정정책과 같은 단기 처방보다는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노동, 교육 분야 등의 구조개혁을 통해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산업 구조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이임사에서 "지난 4년은 우리가 예상했던 범위 안에서의 시간이 아니라, 그 경계를 끊임없이 넘어야 했던 시간이었다"며 "취임 직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됨에 따라 역사상 처음인 두 차례의 빅스텝을 포함해 기준금리를 3.5%까지 끌어올려야 했다"고 말했다.

연이어 "촉발된 부동산 금융 불안과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의 영향으로 금융안정이 위협받기도 했다"고 말하면서 "이후에는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에 대응하던 와중에,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여 경제가 역성장하기도 했다"고 회고 했다.

이 총재는 "국내 정치가 불안한 상황에서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급변하고 중동전쟁으로 인해 환율까지 크게 높아졌다"며 "예상치 못한 충격들로 우리 경제는 계속해서 시험대 위에 올랐고, 여러분의 헌신과 도움이 없었다면 위기를 관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보람 있는 순간도 적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높아진 인플레이션을 금리정책을 통해 주요 중앙은행보다 먼저 2%대 목표 수준으로 되돌린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한국형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으로 시장과의 소통 방식도 개선했고, 스무 편이 넘는 구조개혁 보고서를 통해 정책 자문 역할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비기축통화국 중앙은행 총재로서 처음으로 BIS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CGFS) 의장을 맡게 된 것, 지난 20여 년간 상승하기만 했던 가계부채 비율을 처음으로 하락세로 이끈 것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피력했다.

이 총재는 "임기 중 추진한 정책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면서 "아직 중동전쟁이 끝나지 않아 외환·금융시장이 충분히 안정되지 못한 채 자리를 넘기게 되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여러분이 보여준 위기 관리 능력은 어느 선진국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기에, 신임 총재님과 함께 외환·금융시장을 빠르게 안정시킬 것"을 믿는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지난 4년 여러 위기 상황을 관리하면서 제가 다시 한번 깨달은 점은 통화·재정정책만으로 우리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이루어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경제구조의 변화와 함께 통화·재정정책의 영향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성공 경험으로 정책당국의 역할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양자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반도체 호황으로 최근 경기 및 외환시장 상황이 일정 부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점은 다행"이라며 "그러나 이는 동시에 특정 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그로 인한 양극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저는 4년 전 취임사에서 한국은행이 "통화·금융정책의 울타리를 넘어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가 되자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지금도 같다"고 말한 이 총재는 "구조개혁은 현재진행형인 만큼 앞으로도 한국은행이 교육, 주거, 균형발전, 청년고용, 노인빈곤 등 우리경제가 당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장기 과제를 계속 연구해 주면 좋겠다"고 바램을 피력했다.

이날 마무리를 하면서 감사의 마음도 전했다.

먼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님들께 감사드린다"며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았던 시기마다 깊은 논의로 방향을 제시해 주셨고, 한국형 점도표 공개, 소버린 AI 구축과 같은 새로운 시도 역시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셨다"고 말했다.

아울러 "부총재, 부총재보, 경제연구원장을 비롯한 집행간부들께도 감사"를 전하면서 "서로를 존중하고 다른 생각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주신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행가는 "국민의 믿음으로"라는 구절로 시작한다고 말한 이총재는 "중앙은행에 대한 국민의 믿음은 결국 중앙은행의 실력이 결정한다"고 피력했다. "앞으로도 안주하지 말고 목표를 높게 잡고 더 많은 발전을 이루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신문=임권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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