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과 레저 경계선에 선 경마
도박과 레저 경계선에 선 경마
  • 차완용 기자
  • 승인 2009.04.2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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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적 특성만 부각… ‘사행성 도박산업’ 꼬리표 떼지 못해
‘건전한 레저냐, 패가망신 도박이냐’
경마에 대한 정의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진다.
일부에서는 도박이라고 단언하는 반면, 또 다른 일부에서는 레저스포츠라고 강조한다. 이런 차이는 경마가 지닌 순기능과 역기능 중 어느 한쪽을 더 부각시키느냐에 따라 나타난다.
경마는 1922년 정부가 조선경마구락부의 설립을 인가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 시사오늘


이후 1962년 한국마사회법이 제정되고, 1989년 과천경마장이 설립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현재는 비영리 특수법인인 한국마사회(이하 kra)에 의해서 독점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마는 아직 ‘사행성 도박산업’이라는 꼬리표를 좀처럼 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2008년 가을 kra는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참여정부 말기 신설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사감위는 카지노와 경마 등 사행산업의 순매출액 비중을 2013년까지 연차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58% 수준까지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사감위는 △사행산업 영업장의 신설 및 확대 전면중단 △불법 사행성 도박 대책 추진 △경주구매권 한도액 준수를 위한 id카드 도입 검토 △인터넷 베팅 폐지 △불법사행 행위 신고포상금제 등을 제도개선 과제로 의결했다.

이에 대해 kra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감위 자체에서도 제도권 사행산업의 규모는 14조원에 불과하지만 불법 도박 규모는 54조원에 달한다고 조사됐다”면서 “불법사행성게임인 ‘바다이야기’가 출범 배경이 된 사감위가 탄생한 뒤에는 불법은 제쳐놓고 되레 제도권 사행산업을 표적으로 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확정한 과제에 대해서도 “규제대상 업종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현실성이 결여된 부분이 많다”며 상당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인터넷 베팅 폐지’와 ‘id카드 도입’이다. 사감위는 무분별한 고액베팅을 막기 위해 경마·경륜·경정 등을 즐기는 고객의 개인신상정보를 필요로 하는 id카드 제도를 제시했다. 반면 인터넷 베팅은 사회적 폭발성과 여타 불법도박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마·경륜·경정 등을 인터넷으로 즐기려면 시중은행이 도입하고 있는 ‘인터넷 뱅킹’과 마찬가지로 공인인증서 발급 등 철저한 실명확인을 거친다. 결국 인터넷 베팅을 통하면 id카드를 발급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실명이 확인되고 일회 베팅상한선을 지키게 돼 과도한 베팅을 제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일본에서는 오히려 인터넷 베팅을 확대 적용하고 있는 실정인데도 유독 사감위만 인터넷 베팅의 폐해가 심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id카드제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감위는 개인의 신상정보 유출을 차단하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지만 정작 소액 베팅을 즐기는 건전한 고객 입장에서는 ‘도매금’으로 도박중독자 취급을 받는 셈이어서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사감위가 규정하고 있는 ‘불법 사행행위’에 대한 해석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현행 경마·경륜·경정 등은 각각 ‘한국마사회법’과 ‘경륜·경정법’에 의거한 국가 공인 갬블사업이다. 물론 베팅 상한액을 지키지 않는 등 ‘규정 외 행위’가 발생할 요인이 있지만 사업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그럼에도 사감위법은 경마·경륜·경정 등에 대한 규제·개선 방안만 마련하도록 돼 있어 ‘맞떼기’와 같은 진정한 의미의 불법 사행행위에 대한 대응책은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감위는 다만 “음성적 불법도박 행위(맞떼기를 의미)에 대처하기 위해 검·경 등 범정부차원의 대책시스템을 구축,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정작 사감위는 이같은 불법행위에 대해 능동적인 규제활동을 벌일 법적권한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사감위 활동 방향성에 대한 이견도 만만치 않다. 설립취지인 ‘갬블산업의 건전 레저산업화’와는 거리를 둔 채 ‘규제와 단속’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사감위는 “열심히 규제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건전하게 변한다’는 궁색한 논리를 펴고 있다.

▲ © 시사오늘


◇레저산업 긍정적인 면 무시 못해


사회 전반에 팽배한 사행산업의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각종 규제와 압력의 대상이 된 한국 경마. 그러나 마사회 측은 베팅 레저 스포츠인 경마의 도박적 특성은 인정한다 하더라도 경마가 갖는 공익적 측면이 전혀 부각되지 못하는 데 대해선 아쉬움이 크다는 입장이다.
실제 농축산업계의 든든한 지킴이로 등극한 한국 경마는 사회공익적 역할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상태로, 마권 매출액 가운데 환급금(72%)과 각종 세금(20%)과 비용(4%) 등을 제외한 4%의 이익금 중 60%는 축산발전기금과 농어촌복지사업에 사용해 오고 있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경마산업은 경마를 비롯해 승마, 마필생산, 관리 등 말과 연관된 모든 산업을 총칭하는 것으로 단지 베팅에만 국한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말 경마장을 찾는 가족단위 관광객이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행사를 계절별로 마련해 왔으며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며 사행산업의 문화적 기여부분도 있음을 강조했다.

◇ 환급률73% 사행성 오락 중 최고

사행성 오락을 즐길 때 이런 평균수익률에 해당하는 것이 ‘환급률’이다. 환급률은 고객이 베팅한 금액 중 배당으로 고객에게 돌려주는 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이 환급률이란 개념은 경마와 같은 패리뮤추얼 게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패리뮤추얼 게임은 고객들끼리 승부를 가려 배당을 가져가는 것으로, 주최자의 수익은 게임의 결과와 무관하며 전체 고객들에게 돌아가는 비율은 언제나 일정하다.

환급률로 따져본다면 국내 사행성 오락 중 최고의 수익률을 자랑하는 것은 단연 경마다. 경마의 고객 환급률은 73%. 경마의 뒤를 따르는 경륜·경정의 72%보다 1%포인트 높으며, 50%에 불과한 로또나 토토보다는 무려 23%포인트가 높다. 카지노는 하우스가 고객과 직접 승부를 내기 때문에 사전에 정해진 환급률이 없다.

경마의 환급률이 높은 이유는 비용을 최소화시키는 마사회의 효율적인 경주운영과 경영기법 덕분이다. 마사회가 자체 운영비용으로 사용하는 돈은 전체 매출의 4%밖에 안 된다. 이에 비해 각종 세금으로 나가는 돈이 19% 정도로 가장 크고, 축산발전기금과 공익사업에 쓰이는 돈이 4% 정도다.

로또의 환급률이 50%밖에 안 되는 이유는 로또 수익금의 배분구조를 알면 답이 나온다. 로또 매출의 5.5%는 현장 판매점에서 판매수수료로 가져간다. 그리고 다시 약 2.1%를 수탁사업자들이 위탁수수료로, 나머지 40% 이상을 수십여 개의 기관에서 기금사업비로 가져다 쓴다. 로또의 환급률은 50%이지만, 고액당첨자가 내는 기타소득세(당첨금의 22%∼33%)를 빼면 실제 환급률은 더 떨어진다.

스포츠 토토 역시 환급률은 50%밖에 안 된다. 토토 역시 판매점 수수료가 5.5%에 달하고, 위탁운영비도 14% 가까이 된다. 운영경비가 전체 매출의 20%에 육박하는 토토는 모든 사행업종 가운데 가장 고비용 구조다. 경마의 5%에 비하면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구조다.

사행산업을 민간에 위탁했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시사하는 부분이다. 환급률이 가변적인 프로토의 경우도 고객 환급률은 최저 50%에서 최고 70% 사이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경마 환급률을 살펴보면 일본 미국 등이 80%가 넘기 때문에 여전히 한국경마의 환급률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낮다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

◇재정수입은 득, 과열 경쟁은 우려

이처럼 국내 단순히 말해서 기대수익률은 카지노가 가장 높고 복권이 가장 낮다는 이야기다.
환급률의 차이는 있지만 매출액 규모가 워낙 거대하다 보니 국세 및 지방세 등 조세수입은 엄청난 규모다. 해당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행산업의 순매출액 대비 조세기여율은 30.3%로 재정수입에 1조8388억원이나 기여했다. 사행산업 유치에 대한 지자체의 열망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앙정부도 시민단체와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허가권을 쉽게 내주지 않고 있지만 정부 수입적 측면에서 손해 보지 않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경마를 예로 보면 매출액의 18%가 원천세로 빠진다. 이중 레저세가 1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교육세가 6%, 농특세가 2%를 차지한다.

마사회의 이익은 전체 매출액의 약 10%로 이 가운데 2.4%가 사회공익환원금으로, 1.6%는 시설투자 비용인 경마발전적립금으로 쓰이고 있다. 따라서 마사회의 순수익이라 할 수 있는 비용 및 법인세 부분은 6% 가량인데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 2000억~3000억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정부입장에서는 사행산업이 국가 재정수입 확충이라는 황금알이지만 국민을 볼모로 손쉽게 세금을 거둬들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운신의 폭이 좁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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