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 없이 '뜨거운 냄비' 못나온다
혁신성장 없이 '뜨거운 냄비' 못나온다
  • 연성주 기자
  • 승인 2017.11.05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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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경제정책의 중심이 '소득주도'에서 '혁신성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경제를 무려 39차례나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사람 중심 경제'의 3대 축으로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꼽으면서 '성장'을 15회 입에 올렸다.
반면 그동안 강조했던 '분배'는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이 분배에서 성장으로 이동했다는 시그널이 나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경제사령탑인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혁신에 앞장서기 시작했다.
정부는 2일 서울 숭실대에서 김 부총리 주재로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서 김 부총리는 "민간 중심의 혁신창업으로 제2의 벤처붐을 조성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정부들어 처음으로 혁신성장 정책을 발표한 것으로 3년간 10조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 조성 등 다양한 정책을 담고 있다.
우수 인재들이 혁신창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스톡옵션 비과세 특례를 10년 만에 재도입하는 등 눈길을 끄는 세제지원책도 포함됐다.
기술력이 있는 벤처가 돈이 없어 창업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경제팀내에서 사실상 '왕따'였던 김 부총리의 말발이 먹히기 시작했다는 조짐이다.
김 부총리는 그동안 혼자서 혁신성장을 줄곧 주장해왔으나 청와대 실세들로부터 외면을 받아왔다.
혁신성장의 등장은 정부의 '경제성적표'가 본격적으로 나오면서부터다. 일자리, 소비, 설비투자, 건설 실적 등 내수 전반에 걸쳐 '나쁜 성적'이 잇따라 나왔다. 한마디로 'J노믹스'가 수출빼고는 모두 낙제점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은 'J노믹스'에 대한 경고음을 연달아 내고 있다.
이대로 가면 경제성장률이 2%대에서 고착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 축소가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올해는 반도체 덕분에 3% 성장에 턱걸이 했으나 내년부터는 2% 중반 달성도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J노믹스'에 대한 비판은 보수와 진보, 좌우를 가리지 않고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가 중대 기로에 서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경제전문가 4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8%가 한국경제가 여전히 '냄비 속 개구리'라고 답했다. 물이 뜨거워지는 것도 모른 채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전문가 60%이상이 경제 회생의 골든타임이 1~3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당장 비상한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머지 않아 치명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다.
KDI는 한국경제가 혁신성장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면 무엇보다 규제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은 규제 개혁 측면에서 미국,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에조차 뒤처져 있다.
한국경제가 '뜨거운 냄비'에서 확실히 뛰쳐나가려면 혁신성장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을 강조하던 문재인 정부가 늦게나마 혁신성장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부분 정책들이 여전히 정부 주도라는 과거의 틀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창업과 벤처 육성은 과거 정부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한 정책이었다.
현재 창업이 크게 늘고 있지만 상당수는 정책자금의 도움을 받고 있다. 우리 벤처기업들은 혁신성이 떨어져 생존율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정부 지원만 바라보고 창업하는 기업이다보니 이런 결과가 생긴 것이다.
돈만 푸는 정책으로는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게 된다.
정부는 돈을 풀어 벤처를 지원하기 보다는 혁신창업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부터 과감히 없애야 한다.
역대 정권이 모두 벤처 활성화를 모색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이중 삼중으로 둘러싸인 각종 규제가 창업의 열정과 의욕에 찬물을 끼얹기 때문이다. 기업들에게는 백가지 지원보다 한가지 규제완화가 더 절실하다.
혁신성장은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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