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화재는 예견된 일?…BMW, 알고도 방치 묵인 드러나
차량 화재는 예견된 일?…BMW, 알고도 방치 묵인 드러나
  • 황병우 기자
  • 승인 2018.08.2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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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내부 문건서도 EGR 결함 인지 후 조치 정황…28일 한국소비자협회, BMW화재 원인 추정 밝혀
 
▲ 지난 2일 오전 11시 47분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흥호리 영동고속도로 강릉방면 104㎞ 지점에서 리콜(시정명령) 조치에 들어간 차종과 같은 모델인 BMW 520d 승용차에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강원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지난 여름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짜증나게 했던 BMW 차량 화재 사태가 일파만파 확대되는 모양새다.
 
지난 8월 차량 화재와 관련한 구체적이고 자세한 내용은 밝하지 않은 채 EGR(배기가스재순환)결함이라고만 주장했던 BMW코리아의 부실한 해명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관련 학계 전문가들은 유로5에서 사용했던 엔진과 관련 부품들을 크게 바꾸지 않고 유로6에 대응을 하면서 이번 화재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2016년에 이미 EGR결함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드러내는 내부문건이 유출되면서, BMW 측이 고의적으로 문제를 축소시키거나 EGR결함 만으로 국한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이 생기고 있다.
 
BMW화재 사고와 관련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소비자협회는 2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을 통해 BMW 차량 화재 원인은 배출가스 감소를 위해 주행 중에도 바이패스 밸브를 열리게 하는 ECU(엔진제어장치)의 설정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소비자협회는 화재 사고가 520d 등 BMW 디젤 유로6 모델(2015~2016년형)에서 특히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이에 대해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업계에서는 BMW 화재 사고에서 SCR(선택적 촉매)방식을 적용하기 이전에 EGR과 함께 LNT(희박질소촉매)를 적용하고 유로5와 유로6에 대응한 모델이라는 점에 여러가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엔진 관련 부품의 큰 변경없이 EGR과 LNT로 유로6에 대응하기 위해 ECU(엔진제어장치) 등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리콜대상 BMW차량 집단소송을 진행중인 한국소비자협회 소송지원단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BMW 차량 화재 원인은 배출가스의 감소를 위해 주행중에도 바이패스 밸브를 열리게하는 위험한 전자제어장치(ECU) 세팅이 원인으로 지목,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 
 
리콜 대상 BMW 차량 집단소송을 진행 중인 한국소비자협회 소송지원단은 소속 자동차 전문가들과 함께 리콜 대상이 아닌 BMW 차량 2대와 리콜 대상인 BMW 차량 4대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은 주행 중 바이패스 밸브가 닫혀있는 반면, 리콜 대상인 차량은 주행 중 바이패스 밸브가 열리는 현상이 발견됐다.
 
소송지원단장을 맡은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원칙적으로 배기매니폴드(배기 다기관)로부터 최대 500∼600도의 배기가스가 유입되는 것을 막으려면 평상시엔 바이패스 밸브가 닫혀야 하는데, 리콜 대상 차량에서는 주행 중에도 열리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여러 전문가와 논의한 결과, 여기에서 나온 뜨거운 배기온도가 EGR과 쿨러 등에 손상을 주고 화재로 이어진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말했다.
 
박성지 대전보건대 과학수사과 교수는 "바이패스 밸브는 ECU가 전환밸브를 동작하는 방식으로 제어가 이뤄진다"며 "바이패스 밸브를 주행 중 열면 탄력주행 거리가 증가하고 연소실의 온도유지 및 배기가스 온도가 높게 유지돼 산화질소가 저감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결국 BMW가 주행 중 바이패스 밸브를 열 경우 화재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도 ECU를 이처럼 위험하게 세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영석 선문대 스마트자동차 공학부 교수는 "소송지원단 기술자들은 오작동에 의한 압력으로는 열릴 수 없는 바이패스 밸브가 왜 열리게 됐을까 라는 의문에서 연구를 시작했다"며, "만일 바이패스 밸브가 오작동이 되었음에도 경고등이 켜지는 않았다면 이부분은 환경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금까지 결과는 현장 실험과 전문가들의 오랜 현장경험에서 나온 결과이지만 실험의 횟수도 많지 않고 데이터도 부족하므로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관련부처는 이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 한 제보자가 보낸 BMW 결함차량의 EGR시스템 계통도 
 
최웅철 국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BMW는 바이패스 밸브가 이렇게 작동할 때 화재로 이어질 것이란 생각을 미처 못했던 것 같다"며 "배기가스 저감을 위해 기술적인 부분을 임계치에 가깝게 올렸다가 국내에서 폭염 등의 영향으로 임계치를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BMW가 제조사로 바이패스 밸브의 문제점을 모를 리가 없다"며 "바이패스 밸브 작동법을 바꾸게 되면 배기가스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그 여파를 감당할 수 없어 제대로 밝히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송지원단 소속 전문가들은 BMW의 리콜이 근본적인 화재 원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했다. 바이패스 밸브 작동 방식 또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EGR 모듈을 교체하고 파이프를 청소해도 나중에 또다시 침전물이 쌓이면 화재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집단소송 법률지원을 맡은 법무법인 해온의 구본승 변호사는 "지난 13일부터 집단소송 참가자 모집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1784명이 차량등록증을 접수했고, 그 중 1359명과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구 변호사는 "30일까지 개별 계약이 체결된 참가자를 원고로 해서 31일 1인당 15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1차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접수할 예정"이라며 "참가자가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2차 소송 참여단 모집을 9월 1일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구 변호사는 또 "이번 손해배상 금액이 150억원을 넘는만큼 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BMW측의 자산에 가압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BMW 드라이빙센터, BMW 한국본사 건물, BMW 물류센터 등에 대한 소유권을 현재 확인 중이며 확인되는 재산에 대해 가압류를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협회 소송지원단은 이날 "경찰과 검찰 등 사법당국은 BMW가  배기가스 감소를 이유로 ECU 세팅을 위험하게 했고 결국 소비자들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사실을 주시하고 수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소비자협회는 30여명의 자동차 관련 교수, 명장, 기술사, 기능장, 정비사로 구성된 기술지원단과 보험사 구상권 청구 소송 전문변호사로 소송 지원단을 구성했다. 소송참여 비용은 10만원으로 책정했다.
 
▲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BMW 차량 화재 원인을 올해 안에 밝히겠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들 그리고 국토부의 미온적인 대응
 
국토부의 운행 중지 권고와 BMW의 리콜 진행 그리고,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 및 임직원들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으로 불길처럼 번져가던 BMW화재 사태는 사그라드는 듯해 보였지만, 불씨가 다시 커질 전망이다.
 
한국소비자협회의 기자회견에서도 밝혔듯이 업계 전문가들은 BMW의 해명과 자료 협조가 거의 없어서 정확하게 이것이라고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유로6 대응을 위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EGR을 혹사시키고 결국에는 화재로 연결된 것으로 조심스럽게 추정하고 있다.
 
한 제보자에 따르면, 이번 BMW EGR결함 사태에는 BMW에 EGR모듈을 공급하는 국내 제조사의 제조 단계의 이상이나 BMW에서 제공한 설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제보자는 이미 3년전부터 EGR모듈의 쿨링 용량이 부족해서 신형 G30 5시리즈를 개발할 때 EGR모듈의 크기와 용량을 확장해서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는 적어도 기존 엔진에 장착된 EGR에 밝혀지지 않은 어떤 문제가 분명히 있었다는 것을 BMW 측에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또한, 제보자는 이번 화재 사고에 따른 리콜을 받으면 기존 엔진의 EGR을 신형 G30 5시리즈에 적용된 EGR모듈과 유사한 크기의 쿨러가 적용된 EGR모듈로 교체된다고 제보했다.
 
그러나, 제보자의 제보 이후에 EGR모듈을 교체받은 BMW 차량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EGR모듈 만이 아닌 추가적인 다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소비자협회 소송지원단이 주장한 바 대로 ECU에 적용된 SW의 문제일 수도 있다.
 
지난 2016년에 발생한 연료호스 결함은 이번 EGR문제와는 큰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일단은 내다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당시 5시리즈와 7시리즈가 대부분 리콜대상에서 제외된 것에서 당시부터 EGR결함이 보고된 것으로 보고 있다.
 
▲ 한 제보자가 보낸 2016년 11월에 작성된 BMW코리아 내부문건. EGR모듈 결함에 의해 (카본)슬러지가 퇴적되는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또 다른 제보자는 BMW 측이 이미 2016년 또는 그 이전부터 EGR결함 문제를 알고 있었다고 제보하면서, 이와 관련한 유출된 내부 문건을 전달했다.
 
2016년에 작성된 해당 문건에 따르면, 실린더 내부와 흡기 다기관에 다량의 카본(슬러지)이 퇴적되는 문제가 있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조치하기 위한 작업들을 지시하고 있다.
 
2017년에 작성된 내부 문건에서도 EGR모듈의 쿨러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며, 2015년 4월에 생산된 N47 또는 N57 디젤엔진에는 모종의 조치가 취해진 부품이 장착된 것으로 판단될 수 있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다.
 
결국 BMW는 적은 비용으로 유로6 배출가스 규정을 맞추면서도, 차량의 주행성능에 영향을 주는 엔진의 출력을 과거와 같이 유지하기 위해 엔진의 한계 수준까지 밀어붙인 것이 화재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고 추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BMW 코리아와 BMW 독일 본사는 이 문제를 언제부터 얼마나 알고 있었는가와 왜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숨기기에만 급급했는가다. 
 
또 하나의 의문점은 교통사고에 의한 것이 아닌 BMW 화재 사고들이 2015년 부터 매년 발생했음에도 국토부의 대응이 기대보다 미온적이라는 점이다.
 
이는 자동차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도 우리 정부가 그동안 자동차 관련 산업을 살리기 위해 제조사에게 유리하도록 법과 규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BMW 화재 사고를 정부에서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로 유럽과의 외교와 통상문제로 번질 수도 있어서 정부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듯 하다고 보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내년부터 제조물 배상 책임을 강화하는 법률, 일명 '레몬법'이 발효될 예정으로 현재와 같이 소비자가 일방적으로 제조물에 의한 피해를 부담하는 일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BMW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키를 가지고 있는 국토부는 지금처럼 수동적인 혹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처와 당장의 문제만 해결하려는 근시안적인 방법을 탈피하고 능동적으로 개선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업무를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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