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23일 "앞으로의 물가흐름에는 상방리스크가 우세한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 5월 전망경로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며 "높은 물가 오름세와 잠재성장률 수준을 상회하는 경기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 로 전망되는 현 상황에서는 높은 기대인플레이션 확산 또는 장기화를 방지하는 데 통화정책의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부총재는 이날 '21세기 금융비전포럼'이 주최한 조찬세미나에서 '최근 통화정책 운영여건 변화와 한국은행의 역할'이라는 주제에서 "물가불안 심리를 조기에 억제함으로써 거시경제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융비전포럼은 금융 CEO와 관련 분야 KAIST 교수 등이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선진화 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하여 지난 2002년 11월 설립한 포럼으로 금융관련 협회, 금융지주회사를 비롯한 은행, 증권사 등 20개의 금융사로 구성됐다.
이 부총재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주요국의 확장적 정책대응과 빠른 경기회복, 글로벌 공급제약 등이 중첩되면서 글로벌 물가 오름세가 크게 확대되는 등 중앙은행의 정책여건에 큰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도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공급제약이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 진정에 따라 소비도 회복되면서 물가상승압력은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미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은 기대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고 물가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그간의 금융완화기조를 빠르게 축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부총재는 "최근의 물가 불안에는 수요‧공급 요인이 혼재되어 있으며, 물가 오름세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인플레이션 확산을 매개로 장기화될 위험이 내재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공급망 차질 해소가 지연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에 따른 원자재, 식료품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상승 압력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지속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이 부총재는 또 "국내경제의 회복흐름이 이어지면서 기조적 물가의 오름세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며 "최근의 기조적 물가 오름세 확대는 외식 등 개인서비스를 중심으로 물가상승압력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데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목표수준을 웃도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불안해 질 경우 임금물가 상호작용을 통해 높은 물가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최근과 같이 물가 오름세가 가파른 시기에는 경제주체들이 새로운 정보를 기대에 빠르게 반영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과 물가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신문=임권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