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대한민국 공군의 F-4E 팬텀 전투기 2기가 우렁찬 엔진음과 함께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수원공군기지 활주로에서 날아올랐다.
공군은 이날 수원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서 지난 55년 간 '하늘의 도깨비'로 불리며 대한민국 영공을 수호하는 임무를 수행해온 F-4 팬텀 전투기의 공식 퇴역식을 진행했다.
공군의 F-4E 팬텀 전투기 2기가 마지막 비행을 하는 동안 1969년 우리나라가 F-4D를 처음 도입할 당시 미국 본토에서 한국까지 공중 급유를 받으며 직접 기체를 몰고 온 조종사 중 한 명인 이재우 예비역 소장(동국대 석좌교수)과 당시 처음 도입된 팬텀 전투기를 정비하는 임무를 수행한 이종옥 예비역 준위가 감사장을 받았다.
이재우 예비역 소장은 스스로를 '전투조종사'라고 소개하며 "국민들께서 성원해주신 방위성금 헌납기로 부여된 사명을 완수한 것은 생의 큰 보람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떨리는 듯한 목소리로 "하늘의 도깨비, F-4 팬텀이여 안녕"이라고 밝히며 눈시울을 적셨다.
마지막 비행 임무를 마친 F-4E 2기가 활주로에 착륙한 후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화려한 에어쇼가 펼쳐져 퇴역식에 참가한 내외빈들의 눈길을 끌었다.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고 무사 귀환한 팬텀의 조종사들은 장관에게 팬텀의 조종간을 전달하며 귀환과 임무종료를 보고했다. 신원식 장관은 마지막 비행 임무를 마친 팬텀 전투기에 '전설을 넘어, 미래로!'라고 적은 후 기수에 퇴역을 축하하는 화환을 기술에 걸은 뒤 명예전역장을 함께 수여했다.
팬텀 시제기가 초도비행에 성공하고 양산기 출고가 시작된 1958년에 출생한 공군사관학교 29기 예비역 조종사들도 이날 팬텀과 함께 명예전역장을 받았다.
올해 팬텀은 퇴역을 앞두고 다양한 대국민 행사에서 그 모습을 보였다. 어린이들이 함께 참가하는 스페이스챌린지 행사를 통해 대구기지와 수원기지, 그리고 원주기지에서 비행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지난 5월 24일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열린 KT위즈-키움히어로즈의 프로야구 경기에서 퇴역을 축하는 비행을 하며 프로야구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이번에 마지막 비행을 한 F-4E 2기 중 1기는 과거 한국 공군에서 운용했던 모습인 정글무늬로 복원된 도장을 입었다.
공군은 지난 5월 팬텀 전투기의 국토순례비행을 앞두고 팬텀 퇴역의 역사적 의미를 기념하기 위해 팬텀의 옛 모습인 정글무늬와 연회색 도색을 복원했다고 설명했다.
신 장관은 "팬텀과 함께 한 지난 55년은 대한민국 승리의 역사"라며 "자유세계의 수호자인 팬텀이 도입되면서 대한민국은 단숨에 북한의 공군력을 압도했으며 이때부터 북한의 공군은 더 이상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이어 "맥아더 장군이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단지 사라질 뿐이다'이라고 한 것 처럼, 팬텀은 죽지 않고 잠시 사라질 뿐"이라며 "대한민국 영공수호에 평생을 바친 팬텀의 고귀한 정신은 세계 최고 수준의 6세대 전투기와 함께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시 하늘에는 우리 공군의 FA-50, KF-16, RF-16, F-15K 그리고 스텔스 전투기 F-35A가 차례대로 '큰 형님' 팬텀 전투기의 퇴역을 축하하는 비행을 선보였다. 일부 기체는 '플레어(섬광탄)'를 흩뿌리며 팬텀의 55년 간의 영공 수호 임무를 기렸다.
공군은 이날 행사에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시 '호국영웅석'에 조종 헬멧과 태극기를 헌정했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기념사를 하면서 팬텀과 임무 수행 중 순직한 조종사 34명의 이름을 한명 한명 부르며 이들이 바친 헌신과 희생을 추모했다.
'호국영웅석'은 F-4 팬텀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조종사들을 추모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헌정된 조종 헬멧은 순직조종사를, 태극기는 조종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게 공군의 설명이다.
F-4 팬텀은 1969년 우리 공군에 처음 도입됐다. F-5를 운용하면서 북한 공군에 열세였다고 평가됐던 우리 공군은 당시 최신예기였던 F-4D를 도입하면서 북한 공군력을 압도할 수 있었다.
공군은 F-4D와 함께 개량형인 F-4E, RF-4C 등 총 187대의 F-4를 운용했으며 이 중 F-4D와 RF-4C는 2010년과 2014년 각각 퇴역했다. 팬텀은 소흑산도 대간첩 작전과 미그기 귀순 유도, 옛 소련 핵잠수함 식별과 차단, 러시아 정찰기 차단과 퇴거 작전 임무 등을 수행했다.
이날 많은 퇴역식 참석자들의 축하 속에서, 팬텀의 55년간 이뤄져온 대한민국의 영공수호 임무는 '해피 엔딩'으로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파이낸셜신문=황병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