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한미 관세 협상 타결과 관련해 브리핑에서 수출 품목인 자동차 관세도 15%로 낮췄다며 추후 부과가 예고된 반도체, 의약품 관세의 경우에도 다른 나라 대비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 내에서 상호 호혜적 결과를 도출한다는 원칙하에 협상에 임했다며 정부 출범 후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지만, 한미 양국 간 호혜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해 협상 전략을 다듬고 치열한 고민을 거쳤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미국과의 조선업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 협력 펀드 1천500달러는 선박 건조, MRO,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며, 우리 기업들의 수요에 기반해 구체적 프로젝트에 투자될 예정이라고 했다.
특히, 세계 최고의 설계·건조 경쟁력을 보유한 우리 조선 기업들과 소프트웨어 분야의 강점을 보유한 미국 기업들이 힘을 합한다면, 자율 운행 선박 등 미래 선박 분야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 실장은 조선 분야 이외에도 반도체, 원전, 2차전지, 바이오 등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에 대한 대미(對美) 투자 펀드도 2천억달러 조성될 예정이라고 했다. 이 펀드에 투자 분야를 고려한다면, 우리 기업이 전략적 파트너로써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는 미국 진출에 관심이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펀드 운영에 따른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프로젝트에서 나온 산출물은 미국 정부가 인수를 책임지기로 했으며 합리적이고 상업적 타당성 있는 프로젝트에 투자될 것이라 했다.
김 실장은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가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시작됐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일본과 우리의 투자 펀드 규모를 경제 규모만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2024년 기준 무역 적자는 규모가 유사하며, 미국 통계 기준 한국은 660억달러 흑자, 일본은 685억 흑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총 3천500억달러 투자펀드를 조성하기로 했으며, 더욱이 우리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 펀드 1천500억달러를 제외한다면, 우리의 펀드 규모는 2천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미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우리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강한 요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식량 안보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우리 쌀과 쇠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6월 출범 이후 우리 정부는 촉박한 일정 속에서 우리는 미국과의 통상 협의를 위해 숨가쁘게 달려왔다며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외교부, 농림축산식품부, 국무조정실 등 여러 관계 부처 그리고 대통령실이 함께 힘을 모았다고 전했다.
또한 우리 기업들도 조선업 등 제조업 협력 방안 도출 과정에서 적극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원 팀(One Team)으로 함께 뛰었으며 이날 합의를 통해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제거됐으며, 우리 기업들은 주요국 대비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게 됐다고 언급했다.
다만, 대미 관세 15%는 과거와는 다른 교역 환경이자 도전인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키우고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나갈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협상의 상세 내용은 우리 대표단이 곧 미국 현지 대사관에서 별도 자료를 만들어 설명드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신문=임영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