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통제 강화조치…정부 “WTO 제소 등 필요한 대응조치 할 것”
日, 수출통제 강화조치…정부 “WTO 제소 등 필요한 대응조치 할 것”
  • 이광재 기자
  • 승인 2019.07.01 17: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타격 불가피…장기화시 TV·스마트폰으로 불똥
소재 국산화 노력 시급...공급선 다변화도 동시 추진해야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두고 우리나라와 외교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 정부가 1일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핵심소재에 쓰이는 3개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추가로 외국환관리법상 우대제도인 ‘화이트(백색) 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아예 제외하는 내용으로 정령(한국의 시행령에 해당)을 개정하기 위해 이날부터 의견수렴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해당 소재는 일본이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라 당장 대체할 곳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출처=파이낸셜신문DB)
(출처=파이낸셜신문DB)

삼성·SK·LG 등 전자업계는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수요감소와 경기침체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생산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일본이 재료 공급을 완전히 중단할 경우 6개월 후면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짧게는 2개월 길게는 6개월 후면 재고는 소진될 것”이라며 “그때까지 재료 공급이 재개되지 않으면 생산라인은 멈출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수출규제로 예전처럼 쉽게 필요한만큼 수입하는 게 어려워졌다”며 “특히 해당소재가 전략물자이라는 점을 빌미로 일본이 금수조치를 취할 경우 최악의 경우 생산을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출규제 3개 품목은 100% 가까이 일본으로부터 들여와 대체수단이 사실상 없다”며 “특히 일본 정부의 조치가 한·일 양국간 외교갈등에서 비롯된 점이라 기업 차원에서 해결할 방법이 없어 더욱 답답하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이천 M14 반도체 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 M14 반도체 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최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재고 상황을 보면서 물량을 줄일 여지가 있다. D램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라 생산을 늘릴 시점은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수주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파운드리(위탁생산)은 자칫하면 예정된 시기에 납품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규제가 미칠 여파는 상당하다.

특히 일본 정부가 이같은 조치를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와 같은 부품뿐만 아니라 해당 부품을 탑재하는 완제품 시장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된다.

장기적으로 이번을 계기로 주요 소재를 국산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의 소재 규제가 현실화하면 일본 기업도 타격이 있는 만큼 상황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기업이 일본 업체로부터 반도체 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면 탈일본 움직임을 할 수 있다고 거래처 다변화 가능성을 지적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이번 일본의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보복조치로 한국 수출규제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는 세계무역기구 제소 등 필요한 강력한 대응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일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수출상황점검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오전 관계장관 회의를 통해 상황 및 대응방향을 면밀히 점검했고 향후 WTO 제소를 비롯해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거해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수출제한 조치는 WTO 협정상 원칙적으로 금지될 뿐만 아니라 지난주 일본이 의장국으로서 개최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선언문의 ‘자유롭고 공정하며 비차별적이고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며 안정적인 무역과 투자 환경을 구축하고 시장개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합의정신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업계와 긴밀해 소통해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우리 부품, 소재, 장비 등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 말했다.

한편, 재계는 지난해 10월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한·일 기업교류가 꾸준히 둔화하는 추세를 보여온 만큼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배상근 전무는 “양국 경제계는 1965년 국교수립 이후 경제 분야만큼은 ‘미래 지향적 실용주의’에 입각해 교류 확대를 지속해왔다”면서 “한국 경제계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로 이러한 양국 간의 협력적 경제 관계가 훼손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정부는 선린우호 관계를 바탕으로 미래 공동번영을 위해 조속히 갈등 봉합에 나서주기를 촉구한다”며 “우리 경제계도 경제적 실용주의에 입각해 양국 경제의 협력과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본의 해외직접투자는 167.9% 늘었으나 한국에 대한 투자는 6.6% 감소했다. 지난해 11월부터 5월까지 양국 간 교역 규모가 전체적으로 9.3% 줄었으며, 소재 등 중간재 교역도 8.3% 감소했다. 

다음은 성윤모 장관의 모두 발언 전문.

"일본이 오늘 발표한 수출통제 강화조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주지하시다시피, 오늘 오전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발표하였습니다.

우리 정부는 그간 경제 분야에서 일본과의 호혜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해 왔으나, 금일 일본정부가 발표한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결을 이유로 한 경제보복 조치이며,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원칙에 비추어 상식에 반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명합니다.

수출제한 조치는 WTO 협정상 원칙적으로 금지될 뿐만 아니라, 지난주 일본이 의장국으로서 개최한 G20정상회의 선언문의 “자유롭고 공정하며 비차별적이고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며 안정적인 무역과 투자 환경을 구축하고 시장개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합의정신과도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우리 정부는 그간 업계와 함께 일본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비하여 수입선 다변화, 국내 생산설비 확충,국산화 개발 등을 추진해왔으며, 앞으로도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여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우리 부품 소재 장비 등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을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금일 오전 관계장관 회의를 통해 상황 및 대응방향을 면밀히 점검하였으며, 향후 WTO제소를 비롯하여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거,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입니다."

[파이낸셜신문=이광재 기자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386-12 금성빌딩 2층
  • 대표전화 : 02-333-0807
  • 팩스 : 02-333-0817
  • 법인명 : (주)파이낸셜신문
  • 제호 : 파이낸셜신문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다 08228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825
  • 등록 · 발행일 : 2009-03-25
  • 발행 · 편집인 : 박광원
  • 편집국장 : 임권택
  • 전략기획마케팅 국장 : 심용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권택
  • Email : news@efnews.co.kr
  • 편집위원 : 신성대
  • 파이낸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파이낸셜신문. All rights reserved.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