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코로나19 사태 영향 장기화 가능성 대비…자본확충·내부유보 확대 등 유도"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급격한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시중은행들이 금융지원에 나서면서 올해 1분기 은행권의 건전성 지표인 BIS 자본 비율이 작년 말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3월말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 BIS기준 자본비율 현황'에 따르면, 올 분기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4.72%로 전 분기 말보다 0.54%p(포인트) 떨어졌다.
기본자본비율은 12.80%로 0.41%p 하락했고, 보통주자본비율은 12.16%로 0.40%p 하락했다. 단순자본비율도 6.30%로 0.40%p 떨어졌으나, 모든 수치들은 규제비율 대비 3~4%p 상회하는 안정적인 수준을 기록했다.
단순자본비율은 리스크 특성에 따른 질적측면을 고려하는 BIS비율과 달리 양적인 측면만 고려하는 자본비율로 바젤위원회의 규제이행 권고에 따라 2018년부터 경영지도비율로 도입됐다.
1분기에 위험가중자산 증가율(4.7%)이 자본 증가율(총자본 기준 1.0%)을 상회하면서 자본 비율이 하락했으며, 기업대출(32조7000억원 증가), 장외파생상품 관련 위험가중 자산(16조원 증가), 시장 위험 가중자산(6조6000억원 증가) 등 위험가중 자산은 총 73조원 늘어났다.
올해 1분기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권의 대출증가와 미중무역 분쟁 등 대외적 요인에 의한 환율상승으로 장외파생상품 관련 위험가중 자산이 증가한 영향 때문이라는 게 금감원의 분석이다.
3월 말 현재 모든 은행이 완충자본(자본보전완충자본 및 D-SIB 추가자본)을 포함한 규제비율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신한‧우리‧하나‧국민‧농협 등 대형은행(D-SIB)을 비롯한 주요 은행의 총자본비율이 14~15%로 안정적인 수준을 기록했다.
BIS 총자본비율을 기준으로 보면, 씨티은행이 18.44%로 가장 높았고, 부산은행이 16.13%로 그 뒤를 이었다. 신한(15.54%)·우리(14.77%)·하나(15.62%)·국민(15.01%)·농협(14.80%) 등 대형은행을 포함한 모든 은행이 BIS 기준 규제 비율 10.5%를 상회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14.29%)와 케이뱅크(11.14%)의 비율은 각각 0.81%p, 0.25%p 상승했는데, 올해 1분기부터 인터넷 전문은행도 바젤Ⅲ를 적용받으면서 개인신용대출 위험가중치 하락(바젤Ⅰ 100%→바젤Ⅲ 75%)으로 자본비율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은행지주사의 BIS기준 총자본비율은 13.40%로 전 분기 말보다 0.14%p 하락했다. 지주사의 기본자본비율(11.97%), 보통주자본비율(10.95%)은 각각 0.13%p, 0.15%p 떨어졌다.
올해 1분기 중 위험가중자산 증가율(3.7%)이 자본 증가율(총자본 기준 2.7%)을 웃돌아 자본 비율 하락에 영향을 줬다. 총자산은 연결당기순이익 증가(3조5000억원) 및 자본확충(증자 3000억원, 자본증권 7000억원) 등으로 총자본이 4조5000억원 증가했지만, 위험가중자산은 자회사의 자산 증가 등에 따라 위험가중자산이 46조9000억원 증가했기 때문이다.
3월말 현재 모든 은행지주회사가 완충자본(자본보전완충자본 및 D-SIB 추가자본)을 포함한 규제비율을 상회했다. KB(14.02%)·하나(13.80%)·신한(14.06%)·농협(13.80%) 등 대형 지주사의 BIS기준 총자본비율은 13∼14%대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대부분의 은행과 지주사가 규제 비율 대비 자본 여력을 갖고 있다"며 "바젤Ⅲ 최종안 시행(6월)에 따라 주요 시중·지방은행의 BIS 비율이 1∼4%포인트 이상(은행 자체 추정) 오르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 영향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하여 자본확충·내부유보 확대 등 손실흡수능력 확보를 유도하고, 규제준수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은행에 대해서는 자본비율 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지도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신문=황병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