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이 저축은행이 은행과 경쟁하기보다는 은행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과 소상공인에 금융 공급을 해줄 수 있는 상호보완 관계로 시장 내 위치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원장은 22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은행연합회관 16층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서민금융 지원 활성화를 위한 저축은행의 역할 제고방안 모색' 정책포럼에서 "개별 저축은행의 생존전략 차원이 아닌 국민경제 관점에서 저축은행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서민금융회사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제발표에 앞서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등 3고로 인해 서민들의 고통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며 "점점 어려워지는 환경 속에서 저축은행이 지금보다 더 힘들어질 서민들을 위해 금융지원을 활성화하고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주제발표에서 조성목 서민금융원장은 "저축은행의 본래 역할은 은행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 및 소상공인 등에 대한 신용공급"이라며 “국민경제 관점에서 은행의 역할을 보충하거나 추가하는 시장으로 금융시장 내에서 저축은행의 역할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부적으로 은행이 금융을 공급할 수 있는 고객임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때문에 서비스 제공이 안 되거나, 정보의 불안정성이 해소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비싼 대출 행정비용 등의 거래비용으로 은행이 상품을 공급하기 어려운 경우에 저축은행이 금융소비자의 대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현재 시점에서 저축은행이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동시에 은행의 기능에서 보충·추가할 수 있는 세 가지 주요 영역으로 중금리대출, 정책 모기지론, 정책적 서민금융을 꼽았다.
영역별로 현재 사잇돌과 민간중금리대출로 양분된 중금리대출에 대해서는 저축은행이 정부 보증을 통한 대출의 주(主) 공급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원장은 "상호금융은 조합원에 대한 자금공급 측면에서, 저축은행은 중·저신용층에 대한 자금공급 측면에서 은행이 지배적으로 취급하기보다는 저축은행 등 서민금융기관을 이용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은행이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서민에 대한 신용공여를 저축은행이 주요한 대출공급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저축은행 산업에 대한 일시적, 수동적 접근보다는 서민금융기관으로 역할을 부여하는 제도를 구축하는 형태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첨언했다.
다음으로 조 원장은 "저축은행이 정책 모기지 상품 판매영역에서 은행의 역할을 보완해 적극적으로 판매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대표적 서민용 정책모기지 상품을 서민금융기관의 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을 통한 정책 모기지 판매의 경우, 점포 접근성 및 금융기관 인지도 등의 이유로 소비자들의 타 금융사보다 은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런데 은행의 경우, 경쟁상품인 자사의 장기모기지론 상품을 함께 판매하다 보니 정책 모기지 상품의 취급유인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책적 서민금융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는 정책 자금의 공급은 축소하고 민간 서민금융기관을 통해 서민에 대한 적정 신용대출 공급이 이뤄지도록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며 "현재 운영 중인 햇살론15(종전 햇살론 17), 햇살론유스 등도 은행이 아닌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이 전담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원장은 "서민금융진흥원, 국민행복기금 등 사실상 정부 재원을 기반으로 한 정책서민금융상품은 은행 중심이 아니라 서민금융기관이 전담 취급해야 한다"며 "저축은행이 서민금융기관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저축은행 산업에 대한 규제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반적인 규제 개선작업은 서민금융기관으로 저축은행의 특수성을 감안하되, 소비자 보호 및 건전성 규제는 예금수취기관으로서 엄격하고 명확하게 정비해야 한다"며 "영업행위 규제는 사전규제를 가능한 사후규제로 전환하고, 저축은행산업 내 규제를 차등화해 규제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신문=임영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