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직무급제 확대 시행에 노조 반발…노사 갈등 불씨 될까
교보생명, 직무급제 확대 시행에 노조 반발…노사 갈등 불씨 될까
  • 황병우 기자
  • 승인 2020.01.03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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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사측, 지난해 적용한 임원과 조직장에 이어 일반직 전체로 직무급제 확대 일방 발표
노사 간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시행해 노사 갈등 불씨로 남겨…노조 측 "노사 합의 필수"
교보생명 광화문 사옥 야경 (사진=황병우 기자)
교보생명 광화문 사옥 야경 (사진=황병우 기자)

교보생명이 은행과 보험업계에서 처음으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직무급제를 올해부터 확대 시행하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노사 간 최종 합의에 이르기도 전에 직무급제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상당해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올해부터 직무급제를 일반직을 포함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확대 시행한다고 2일 발표했다.

급여의 일정 부분을 직무급으로 별도 분리해 직무등급에 따라 지급하는 직무급제를 지난해부터 임원과 조직장에 적용했으며, 올해에는 노사 상호 협의에 따라 일반직 전체로 확대한 것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노사가 공동으로 해외 선진기업을 방문해 직무급제를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다만, 완전한 확대 시행은 아니며, 기존 호봉제를 바탕으로 일부 성과 등에 한해서 직무급제가 적용된다. 전면 직무급제 도입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혼란이 발생될 수 있기 때문에 절충된 방법을 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보생명은 직무급제를 도입해 성과에 따른 보상체계를 강화하고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인 IFRS17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등 재무건전성 규제 강화와 제도 변화를 앞두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직무급제는 금융업계에서는 처음 시행하는 인사제도로, 개개인의 업무수행에 따른 보상을 합리화해 기업의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중장기적 관점에서 직무에 따른 보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보험 노동조합 이홍구 위원장
이홍구 교보생명보험 노동조합 위원장 (사진=교보생명 노조)

한편, 이번 교보생명의 직무급제 확대가 노사 간 최종 '합의'에 이르기도 전에 시행된 것이라는 점에서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교보생명 노조에 따르면, 일반직을 포함한 전 임직원 대상 직무급제 시행 여부에 대해서 지난해 노사 합의가 이뤄진 바 있다. 

그러나, 직무급제 시행을 구체적으로 확정하기 위해 취업규칙 변경 관련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가 일방적으로 제도 시행을 발표한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노조는 직무급제 시행으로 직원들의 임금이 불공정하게 삭감될 수 있는 우려가 있어서 그렇게 되지 않도록 취업규칙 변경을 추진하고 있으며, 직무급제의 실제 적용은 취업규칙 변경을 포함한 합의가 마무리된 후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보생명 노조가 이날 공개한 노무법인 의견서에는 "취업규칙 변경 내용이 단체협약과 동일하거나 이에 부수하는 내용으로 근로자의 대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경우 적용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이러한 경우가 아닌 내용에 대해서는 단순히 유사하거나 연관된 단체협약이 존재한다고 이를 곧바로 취업규칙 변경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내용도 함께 담겼다.

노조가 직무급제 도입에 앞서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한 합의를 우선하는 것은 앞서 지적한 대로 직원들의 임금이 불공정하게 삭감되는 도구로 전락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기본급 내에서 지급되던 상여금 등이 직무급제와는 별도로 계속해서 지급된다는 것을 취업규칙에 담으려 하기 때문이다.

또한, 노조는 부서별로 '직무'의 '할당량'과 '기준'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으로 취업규칙에 담지 않게 되면 직무의 범주가 자의적으로 변경되거나 부서에 따라 불공정하게 할당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 지적했다.

노조는 지난달 20일 일반직 직무급 확대시 대상 조합원들에게 개별동의 절차를 거쳐 시행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공문을 사측에 발송한 바 있지만, 사측은 노조와의 합의 없이 이번 직무급제 도입 발표를 강행한 셈이다. 

노조는 2일 오후에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노사 간 이견이 있는 사항에 대해 공개했다.

첫째, 조직장 및 조직원들이 직무급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해 인사제도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둘째, 직무등급 부여의 불합리로 조직원의 직무급제도 불신을 초래하고 직무급 제도 조기 정착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 마지막 셋째로  임금피크 도래자의 경우 불이익일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노조는 우려했다.

노조는 입장문에서 "직무급제 도입을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아직 세부적인 합의가 된 건 아니다"라며 "노동조합은 홍보용으로 전락된 직무급제도 시행에 대한 철회를 요구하며 취업규칙 변경이 선행돼야 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지난주에도 확대 실시 '예정'이라고 문서를 보냈는데 이렇게 먼저 보도가 나오다보니 직원들도 불안해하고 신뢰가 깨진 상황"이라며 "다른 회사 등에서도 큰 틀에서 합의하고도 세부적인 규정이 안 맞아 계약이 무산되거나 파기되는 경우가 있어 취업규칙에 불이익한 변경이 없도록 노동조합에서 동의를 해줘야하는 사안"이라고 첨언했다.

이홍구 교보생명노동조합 위원장은 "회사가 발표한 내용 중 '노사 협의'는 회사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직무급 확대 시행과 관련해 취업규칙 적용과 관련해 노사 간 최종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직무급제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취업규칙 변경을 우선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직무급제가 도입 취지와 달리 직원들의 임금 삭감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합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21일이 월급날로 그 전에 취업규칙 개정과 관련된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합의안을 도출해내면 직무급제를 도입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의 전격적인 직무급제 도입이 노사 간의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기존 임원들에 대한 인사도 단순 자리 바꾸기에 불과하다는 노조의 주장이 있는 가운데, 이번 직무급제 전격 도입이 노사 간 갈등의 골을 더 깊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파이낸셜신문=황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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