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참여 위해 BC카드가 보유 중인 마스터카드 주식 매각도 함께 결의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1년 이상 개점휴업이나 다름없던 케이뱅크에 KT 자회사인 BC카드가 KT를 대신해 '구원투수' 역할로 자금 수혈에 나선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BC카드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KT가 보유 중인 케이뱅크 지분 10% 총 2231만주를 363억2059만원에 취득하고 케이뱅크 유상증자에도 참여하기로 결의했다고 홈페이지 수시공시를 통해 밝혔다.
KT가 지분 매각 결정을 빠르게 내리면 BC카드가 케이뱅크의 2대 주주로 단숨에 올라서게 되며, 지분 취득 예정일은 17일이다.
현재 케이뱅크는 우리은행(13.79%)이 최대주주이고, KT(10%), NH투자증권(10%), 케이로스 유한회사(9.99%), 한화생명(7.32%), GS리테일(7.2%), 케이지이니시스(5.92%), 다날(5.92%) 등이 주주사로 있다.
BC카드는 케이뱅크가 현재 추진 중인 5949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KT의 구주 매입을 포함해 지분을 34%까지 확보하겠다고 결의했다.
기존 주주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이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지분을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상 최대 한도인 34%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BC카드 이사회는 BC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마스터카드 주식 145만주(4299억원) 모두를 올해 안으로 매각하는 계획도 의결했다.
케이뱅크 유상증자 및 지분 확대를 위해 실탄 마련 차원의 사전 작업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유상증자 참여에 따른 지분 취득 금액은 2625억원이고, 취득 예정일인 유상증자 주금납입일인 6월 18일이다. 결국 BC카드가 케이뱅크의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 총 2988억원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BC카드가 KT를 대신해 케이뱅크를 '기사회생' 시키는 '구원투수' 역할에 대한 기대는 오래도록 있어왔다.
당초 KT는 유상증자를 통해 케이뱅크 최대주주로 올라서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이슈로 적격성 심사가 전면 중단되고,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을 최대주주 자격 요건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됨에 따라 대안으로 BC카드를 통한 우회 증자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됐다.
변수는 총선 이후 임시국회 일정에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재추진될 가능성이다.
지난달 총선을 앞두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부결되자 여야는 총선 이후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임시국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KT가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길이 열려 KT가 BC카드를 내세울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그러나, 법 개정 작업은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법안 발의부터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수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BC카드가 먼저 나서서 케이뱅크 지분 확보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KT의 자회사인 BC카드가 케이뱅크의 최대주주가 되는 방식으로 증자에 나서는 데 대해 금융당국도 당장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카카오에 지분을 넘기는 과정에서 공정거래법 이슈 때문에 한국투자증권이 아닌 한투증권 자회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으로 지분을 양도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 3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케이뱅크의 증자를 도울 일이 있다면 돕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파이낸셜신문=황병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