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저성장·불평등의 함정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경로를 밟아가기 위해서는 정부가 민간 투자를 유발하고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시장조성자’ 역할을 적극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8일 은행법학회, 동반성장연구소, 서울대분배정의연구센터는 서울 중구 명동 소재 은행연합회관 14층 세미나실에서 ‘함께 크는 한국경제:동반성장의 정책과 전략’을 주제로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교수는 '성장전략으로서의 동반성장' 주제 발표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기득권, 이해관계 충돌 등 문제로 인해 이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며 "우리 정부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성장전략 및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교수는 "이제는 '빨리 가려고 해도 함께 가야' 하는 시대인 만큼, 패자에게도 기회가 주어져야만 기술 중심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며 "정부가 혁신적 시장구조 유도, 상생의 기업 생태계 조성, 잠재적 혁신가 발굴 지원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정부의 동반성장을 위한 거시정책은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의 흐름에 적응하는 동시에, 시대적 화두인 포용성과 지속가능성을 내포해야 한다"며 "공급망, 기술전환 산업정책, 돌봄 교육 등 공적 기능을 강화하고 리스크 관리 측면에 있어서도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교수는 '기술탈취 방지' 주제 발표를 통해 "대기업의 중소벤처기업 기술탈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미국의 민사소송 전반에 걸쳐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서 소송 당사자들이 상대방이 가진 자료 가운데 사실관계 확인에 필요한 증거를 제출하도록 법원을 통해 강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강 교수는 "미국과 한국의 소송 절차 등 사법체계가 매우 다르기 때문에, 이를 한국의 민사소송 전반에 걸쳐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한국의 경우, 우선 증거의 편재(偏在) 문제가 심각한 기술 탈취, 부당 하도급 거래 등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식 서울대학교 교수는 '초과이익공유제' 주제 발표에서 동반성장 시대 맞춤 전략으로 초과이익공유제를 제안했다.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과 협력사 간 협력 사업의 최종 결과물인 대기업의 이익이나 손실을 공유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도다.
김 교수는 "대기업의 시장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는 중소기업의 '낮은 이익률 → 낮은 투자율 → 낮은 노동생산성 → 낮은 임금'의 악순환을 구조화시켰다"며 초과이익공유제가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형태로 시행되기 위한 대표 방안으로 공유가치창출(CSV)를 제시했다.
CSV는 기업이 핵심 사업 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공유된 가치(shared value)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김 교수는 "CSV 관점에서 초과이익을 단순한 현금 배분이 아니라, 협력업체의 기술혁신,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 등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병기 서울대학교 교수(서울대분배정의연구센터장 겸)는 '정의로운 전환' 주제 발표를 통해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이 환경적 지속가능성뿐만 아니라 모든 일자리의 질 향상, 사회통합, 빈곤 척결이란 사회적 목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관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교수는 "이는 규범적 당위성 때문만 아니라 탄소중립 사회로의 효과적인 전환을 위해서도 필요한 전략"이라며 "탄소저감을 위해 특정 산업, 지역, 집단에서 발생하는 타격은 사회적 저항과 갈등을 야기해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에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정의로운 전환의 실행방안으로 노동의 정의로운 전환과 좋은 일자리 창출, 탄소배출저감을 위한 인프라와 제도적 역량 확대, 기후안정경제 구축과 이를 통한 고용 기회의 확대 등을 제시했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행법학회장 겸)은 '동반성장과 법 제도' 주제 발표를 통해 상생협력법과 중소기업 인력지원 특별법 개선과제를 언급했다.
먼저 상생협력법의 경우, 김 선임연구위원은 "상생협력의 요건이 불명확하다보니 위수탁관계여도 상생협력을 상호 합의해야 상생협력법의 적용을 받는지가 분명하지 않다"며 "자율성요건에 의해 한쪽의 거부가 가능하다 보니, 성과금융제를 도입한 대-중소기업 혹은 중소-중소기업의 사례가 없는 것도 이러한 연유"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생협력 요건을 도입해 든 위수탁관계, 일정규모 이상 자금은 필수, 혹은 협력 을기업의 협력비용 청구권(기술 탈취 등의 경우 디스크버리 적용대상)이 보장되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음으로 중소기업 인력지원 특별법에 대해 김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2.8%에 불과한 참여기업 수를 확대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세제지원 및 금융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며 “중진공자금 자격 7년 한도를 폐지해 금융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법인세 공제범위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신문=임영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