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해진 회계감사에 상장기업들 "나 떨고 있니?"
엄격해진 회계감사에 상장기업들 "나 떨고 있니?"
  • 황병우 기자
  • 승인 2019.03.25 2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시아나항공·금호산업 등 상장기업들 비적정 감사의견 잇달아…거래소, 주식 거래 정지
코스피 4개·코스닥 18개 기업, '의견거절'·'한정'받아…개정 외감법에 회계법인 엄격해져

올해 주총시즌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행동주의 펀드들과의 표대결만이 아니다. 엄격해진 회계감사 기준으로 인해 매매거래 정지가 되는 상장기업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개정된 외부감사법(외감법)이 시행되면서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회계 감사 기준이 강화됐다. 이에 따라 기존과 달리 비적정을 받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주식투자자들에게는 전혀 반갑지 않은 상장폐지의 달 '공포의 4월'이 얼마 안남은 것을 알리는 신호인 셈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2일 기준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곳을 공개하고, 이중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25일까지 주식매매거래를 정지시켰고, 중견건설사 신한에 대해서는 상장폐지 대상에 올렸다. (사진=황병우 기자)
한국거래소는 지난 22일 기준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곳을 공개하고, 이중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25일까지 주식매매거래를 정지시켰고, 중견건설사 신한에 대해서는 상장폐지 대상에 올렸다. (사진=황병우 기자)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12월 결산 코스피·코스닥 상장법인 중 의견거절이나 한정 등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곳은 22개 기업(코스피 4개·코스닥 18개)으로 나타났다.

코스피시장에서는 중견건설사 신한이 '의견거절'을 받았고,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폴루스바이오팜 등이 '한정'의견을 받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이에 따라 25일까지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됐으며, 신한은 상장폐지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코스닥시장에서는 EMW, 솔트웍스, 모다, 지와이커머스, 포스링크, 파티게임즈, 에프티이앤이, 라이트론, 크로바하이텍 등 17개 기업이 '의견거절'을, 셀바스헬스케어, 영신금속이 '한정' 의견을 받았다.

감사보고서를 아직 제출하지 않은 상장기업이 코스피 12개·코스닥 37개 등 총 49개에 달해 향후 비적정 의견을 받는 기업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결산법인 중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상장기업은 코스피 4개·코스닥 20개로 총 24개였다.

현재 상장사는 감사보고서를 비롯한 사업보고서를 다음달 1일까지 제출해야 하는데, 제출하지 못하면 규정에 따라 관리종목에 오르게 된다. 여기서 10일 후까지 제출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상장폐지 통지를 받은 기업은 7영업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 동일 감사인으로부터 재감사를 받아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거나 적정의견을 받으면 다시 거래가 재개된다. 

 

금호아시아나는 유동성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 신문로 본사 사옥까지 매각했지만, 감사의견 '한정'을 받아 25일까지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사진=황병우 기자)
금호아시아나는 유동성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 신문로 본사 사옥까지 매각했지만, 감사의견 '한정'을 받아 25일까지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사진=황병우 기자)

> 회계감사가 '깐깐'해진 이유는?…개정 외감법, 회계법인 책임 강화해

예년과 달리 올해 회계감사가 '대란'이라고 할 만큼 비적정 의견이 다수 나오고 감사보고서 제출이 지연되는 이유로 회계 감사인의 책임을 크게 강화한 개정 외감법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개정 외감법은 감사인이 회계기준 위반을 저지르거나 오류가 드러나게 되면 경중에 따라 징계를 받게된다. 

또한 기업들이 주기적으로 회계법인을 교체하도록 하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내년에 도입하게 되면서 이전 회계사의 감사 결과가 다른 회계사에게 다시 평가를 받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

자신의 감사 결과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다른 회계사로 부터 지적될 경우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일부 상장기업 재무담당자는 "지난해 보다 올해에는 제출을 요구하는 자료가 두배 이상 더 많아졌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자료 준비와 재무제표 작성에 어려움이 크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국내 회계법인 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회계법인들이 대기업들 감사를 먼저 끝내고 작은 기업들은 일정을 뒤로 미루다 보니 코스닥 업체들은 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을 맞추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전엔 감사인(회계사)이 재무제표 작성 과정에서 까다로운 부분을 많이 도와주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게 안 되기 때문에 사전에 비용을 들여 회계법인 컨설팅을 받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은 일부 상장기업들은 증권사들로부터 유망한 종목으로 추천을 받기도 한 곳인 만큼, 증권사들의 체면도 단단히 구기게 됐다. (사진=황병우 기자)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은 일부 상장기업들은 증권사들로부터 유망한 종목으로 추천을 받기도 한 곳인 만큼, 증권사들의 체면도 단단히 구기게 됐다. (사진=황병우 기자)

주기적 감사제 도입에 대해서 한 대형 법인 회계사는 "내년도 회계감사에서는 다른 감사인이 이전 감사인의 과실을 잡아내면 당국 징계 뿐만 아니라 손해배상소송까지 부담해야 된다"며, 엄격한 회계감사의 이유를 들었다.

한편, 지난 20일 금융위원회의 상장규정 개정으로 기업들이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아도 즉시 상장폐지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재감사를 받아 감사의견이 적정으로 변경되기 전까지 해당 기업의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되기에 해당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 기업은 다음 연도 감사의견을 적정으로 받는 경우에도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거쳐 상장유지 여부가 결정되고 그전까지 매매거래 정지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에 투자금이 묶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신문=황병우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386-12 금성빌딩 2층
  • 대표전화 : 02-333-0807
  • 팩스 : 02-333-0817
  • 법인명 : (주)파이낸셜신문
  • 제호 : 파이낸셜신문
  • 주간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8228
  • 등록일자 : 2009-4-10
  • 발행일자 : 2009-4-10
  • 간별 : 주간  
  • /  인터넷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825
  • 등록일자 : 2009-03-25
  • 발행일자 : 2009-03-25
  • 간별 : 인터넷신문
  • 발행 · 편집인 : 박광원
  • 편집국장 : 임권택
  • 전략기획마케팅 국장 : 심용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권택
  • Email : news@efnews.co.kr
  • 편집위원 : 신성대
  • 파이낸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셜신문. All rights reserved.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