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정기 주주총회, "조용하거나 아니면 요란하거나"
올해 첫 정기 주주총회, "조용하거나 아니면 요란하거나"
  • 황병우 기자
  • 승인 2019.03.1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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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등 해외 헤지펀드들 행동주의 표방하며 이사회 후보 추천 및 고배당 압박 나서
일부 대기업, 양호한 실적 덕분 조용한 주총 치뤄…LG그룹 구광모 체제 강화 발돋움

주총 시즌이 되면서 거액을 움직이는 기관투자자나 해외 헤지펀드들이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을 들고 주총을 들썩이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실적이 꽤 양호하게 나온 곳은 비교적 조용한 주총을 치루고 있어서 대조적이다. 넉넉한 배당이 그 원인으로 보기도 하지만, 새 후계자를 중심으로 안정된 경영 체제를 요구하는 것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여의도 LG트윈타워 석판 (사진=황병우 기자)
여의도 LG트윈타워 석판 (사진=황병우 기자)

1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15일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LG 대표이사 권영수 부회장을 기타 비상무이사 및 이사회 의장으로 신규 선임했다.

재계에서는 이날 주총으로 구본준 부회장의 뒤를 이어 권 부회장이 기타 비상무이사직에 오르게 되면서 구광모 체제가 강화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권 부회장은 지난해 7월 구광모 회장으로부터 LG COO(최고운영책임자)로 깜짝 발탁되며 LG유플러스에서 자리를 이동, 그룹 내 2인자로 평가받아왔다.

고급 화장품 '후'외 '숨'으로 상당히 좋은 실적을 기록한 LG생활건강도 LG전자와 거의 비슷하게 조용한 주총을 치렀다.

LG생활건강은 이날 주총에서 2018년 재무제표·연결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 총 5개의 의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차석용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김홍기 부사장(CFO)을 새로운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또한, 이태희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와 김상훈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를 새로운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LG생활건강 주주총회는 회사 측이 제안한 5개의 의안이 원안대로 가결되는 등 조용하게 치러졌다. (사진=LG생활건강)
LG생활건강 주주총회는 회사 측이 제안한 5개의 의안이 원안대로 가결되는 등 조용하게 치러졌다. (사진=LG생활건강)

반면, 주주가치 제고를 부르짖는 기관투자자와 한바탕 표 대결을 예고하거나, 주주와 시민단체, 직원 간 공방으로 요란한 주총이 예상되는 곳도 있다.

이달 27일 열리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는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대해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되는 한편, 조 회장 연임 찬성파와 반대파로 갈린 직원·단체 간 공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직원연대지부, 참여연대, 공공운수노조 등 시민단체들은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사장 등을 강요죄와 자본시장법 등 위반 혐의로 19일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350여명으로 구성된 대한항공 전직임원회는 이날 '외부 세력' 개입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하는 등 주총회장 안팎으로 요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한진칼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주주제안을 조건부 상정하기로 하고 29일로 정기주주총회 소집공고를 내면서, 이에 대해 KCGI가 주주권익 침해행위라고 비판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KCGI에 따르면 한진칼 경영진은 KCGI의 전자투표 제도 도입 요청을 거부했으며, 차입금 내용 확인 등을 위한 이사회 의사록 제공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주총회는 찬성파와 반대파, 직원과 시만단체 간에 치열한 표대결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명동 한진빌딩 본관 (사진=황병우 기자)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주총회는 찬성파와 반대파, 직원과 시만단체 간에 치열한 표대결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명동 한진빌딩 본관 (사진=황병우 기자)

현대홈쇼핑에 대해서도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주주환원 정책 강화 등 주주가치 개선을 잇따라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다.

현대홈쇼핑 지분을 보유한 미국 투자회사 돌턴인베스트먼트,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과 VIP자산운용 등은 최근 현대홈쇼핑을 상대로 주주로서 요구사항 등을 제시했다.

현대홈쇼핑 지분을 2.5%, 0.14% 각각 보유 중인 돌턴과 밸류파트너스는 오는 28일 열리는 현대홈쇼핑 정기 주총에서 자신들에게 동조할 표를 결집하고자 의결권을 위임받기 위한 권유행위에 나섰다.

현대홈쇼핑 지분 3%대를 보유 중인 VIP자산운용도 최근 정교선 부회장 앞으로 주주환원 정책 강화와 기업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VIP자산운용은 서신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원하는 방향의 답변을 얻지 못하면 주총에서 이사와 감사위원 선임 등의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다는 방침이다.

 

미국 행동주의 펀드 앨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8조원이 넘는 고배당을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어서 이번 주총은 치열한 표대결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황병우 기자)
미국 행동주의 펀드 앨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8조원이 넘는 고배당을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어서 이번 주총은 치열한 표대결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황병우 기자)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총 8조3000억 규모의 고배당을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다. 또한 사외이사로 자신들이 추천한 후보가 선임되도록 다른 주주들을 설득하는 양동작전을 구사 중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의 주주제안이 향후 회사의 투자 확대 등을 고려하지 않은 터무니없는 요구라는 입장을 보였다.

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지난 14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회의를 열어 엘리엇의 배당 요구가 과도하다고 판단을 내리고 엘리엇의 사외이사 추천 등 제안까지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따르면, 주총을 이미 마쳤거나 앞으로 예정된 기업들 중 상당수 기업의 재무제표 승인 안건이 대부분의 해외 연기금으로부터 반대표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은 주총 소집 공고 때 제시된 재무제표가 외부감사인의 감사를 거치지 않은 이른바 '날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매년 반복되고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서 제도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 등 해외 기관이 수년 전부터 한국에 개선이 필요한 제도 중 하나로 지적하는 부분"이라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겠지만 감사를 받은 정확한 재무제표를 놓고 주주들이 승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신문=황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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