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차에 집착하는 이유는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차에 집착하는 이유는
  • 황병우 기자
  • 승인 2019.03.1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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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직접 내세운 현대차·모비스 사외이사 후보 영상 홍보 나서
현대차 현대모비스 "엘리엇 주주제안·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반대" 표명
의결자문사 글래스 루이스, "현대차 주총, 사측 안에 찬성해야" 주주들에 권고

올해 1분기 주총시즌이 본격화를 앞두면서, 시장의 관심은 일찌감치 현대차&현대모비스 와 엘리엇의 표대결에 쏠리고 있다.

엘리엇이 먼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8조3000억규모의 엄청난 고배당을 요구하며 압박하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주주환원·책임경영 강화'로 방어를 하는 모양새다.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사외이사 선임과 주주제안 등으로 현대차를 압박하는 한편, 주총에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주주들에게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사진=황병우 기자)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사외이사 선임과 주주제안 등으로 현대차를 압박하는 한편, 주총에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주주들에게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사진=황병우 기자)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하고 주주,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중장기 경영 전략 및 중점 재무 전략을 공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현대차 대표이사 선임 계획을 통해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과 함께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경영전략을 잇달아 공개하며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세에 맞섰다.

이날 현대차는 상품 경쟁력 강화와 산업 패러다임 변화 대응을 위해 연구·개발(R&D)과 미래 기술 분야 등에 향후 5년간(2019년~2023년) 총 45조3000억원을 투자하고,  2022년까지 자동차 부문에서 영업이익률 7%, 자기자본이익률(ROE) 9%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약 14조원~15조원 수준의 필수 유동성을 지속 확보해 나가겠다고 현대차는 강조했다. 경영활동에 필요한 최소 운전자본과 함께 매년 1조원 수준 이상의 시장친화적 배당을 위한 적정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전망한 것이다.

그러자, 앨리엇은 다음날인 28일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주주들에게 자신들의 주주제안을 지지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발송했다.

이어서 4일에는 이달 22일 개최되는 두 회사의 정기주총에서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하는 서한을 두 회사의 주주들에게 각각 보냈다.

엘리엇은 이 서신을 통해 현대차 배당금으로 보통주 1주당 2만1967원, 총 4조5000억원, 우선주 배당금을 포함해 총 5조8000억원과 현대모비스에는 배당금으로 2조5000억원을 요구했다.

현대차가 지난해 기록한 당기순이익 1조6450억원과 비교하면, 엘리엇이 요구하는 배당금 규모는 순이익의 3.5배를 넘는다.

금융권에서는 엘리엇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과도한 배당을 요구하는 이유로, 2017년 말부터 경영권 승계를 앞둔 현대차그룹에 집중 투자한 이후 주가가 하락해 투자손실이 커진 것을 주 원인으로 꼽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엘리엇의 주주제안과 이에 대한 주주 상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에 반대한다고 7일 공시했다.

또한, 2조5000억원의 배당은 미래경쟁력 확보를 저해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엘리엇 매니지먼트 CEO 폴 엘리엇 싱어 회장 (사진=엘리엇)
엘리엇 매니지먼트 CEO 폴 엘리엇 싱어 회장 (사진=위키피디아)

> 엘리엇 추천 사외이사 후보 영상 공개 이유는? 

엘리엇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인물들을 웹사이트를 통해 영상으로 소개하면서 주주 결집에 나섰다. 

엘리엇은 11일 '액설러레이트 현대' 사이트를 통해 영상으로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들을 소개했다.

현대차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존 Y. 리우 베이징사범대 교육기금이사회 구성원 및 투자위원회 의장, 로버트 랜달 맥이언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 마거릿 S 빌슨 CAE 이사 등 3명을 엘리엇은 제안했다.

또 현대모비스에는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로 로버트 앨런 크루즈 카르마오토모티브 최고기술경영자(CTO), 루돌프 윌리엄 폰 마이스터 전 ZF 아시아퍼시픽 회장 등 2명을 추천했다.

엘리엇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5명은 각각 영상을 통해 자신의 경력을 소개하고 사외이사로 선임될 경우 계획들을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초과자본상태를 보이는 재무제표를 정상화하고 기업경영 구조를 개선하는 내용의 주주제안도 소개했다.

그러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엘리엇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에 반대한다고 이미 공언한 바 있으며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거쳐 사외이사 추천 후보를 확정한 상태다. 

이 때문에 엘리엇과 현대차&현대모비스 사외이사 자리를 두고 주총서 표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엘리엇이 서한을 발송하고 웹사이트를 통한 영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주주들을 향한 메시지를 보내는 이유는 과연 뭘까.

또한, 2017년 부터 현대차그룹에 집착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지만,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행동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상은 헤지펀드"라면서, "현대차그룹에 투자함으로 발생한 투자손실을 빠른 시간 내에 줄이기 위함"이라고 분석한다.

결국 현대차그룹에 투자해서 발생한 막대한 손실을 현대차그룹에 과도한 배당을 요구해 만회하겠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엘리엇이 헤지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로부터 투자손실에 대해 상당한 압박을 받는 상태일 수도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업황을 고려할 때 현대차의 수익성이 1~2년 안에 빠르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엘리엇이 논란을 유발하는 것은 현대차그룹 3세 경영 개편 과정에서 외국인 주주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이미 성장이 끝나가는 타 브랜드와 달리 태동한지 얼마 안되었기에 상대적으로 빠른 성장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향후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할 수 있다. 사진은 모터트랜드 '올해의 차'에 선정돼 2019년 1월호 커버스토리에 실린 제네시스 G70 (사진=현대차)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이미 성장이 끝나가는 타 브랜드와 달리 태동한지 얼마 안되었기에 상대적으로 빠른 성장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할 수 있다. 사진은 모터트랜드 '올해의 차'에 선정돼 2019년 1월호 커버스토리에 실린 제네시스 G70 (사진=현대차)

> 의결자문사 글래스 루이스,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 가르지 말라"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글래스 루이스는 현대차 주주총회에서 회사 측 제안에 찬성하기를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 말라'는 말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글래스 루이스는 최근 발간한 의결권 자문 보고서에서 배당, 사외이사 선임 등 엘리엇이 제안한 주총 의안들에 대해 모두 현대차의 의견에 찬성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엘리엇과의 표대결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셈이다.

먼저, 현대차가 제안한 보통주 1주당 3000원 지급에 찬성하고, 엘리엇이 제안한 보통주 1주당 2만1967원에는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자문보고서에서 글래스 루이스는 "대규모 일회성 배당금을 지급해 달라는 제안에 대해 주주들의 지지를 권고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며 "빠르게 달라지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현대차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이려면 상당한 연구개발(R&D)과 잠재적 인수합병(M&A) 활동이 요구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래스 루이스는 또 현대차와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각각 제시한 사외이사 선임안건에 대해서도 현대차가 추천한 3명의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서 모두 '찬성'을 권고했다. 그러나, 엘리엇이 제안한 후보는 모두 반대했다.

엘리엇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도 모두 반대를 권고했다.

한편 글래스 루이스는 현대차의 재무제표 승인 안건에 대해선 반대 의견을 냈다. 감사보고서 등 감사 완료에 대한 명확한 공개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글래스 루이스는 회사가 제안한 사내이사 후보인 이원희 사장과 알버트 비어만 사장에 대해서도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겸직하고 있고, 이사회 독립성이 부족하다"면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정의선 수석부회장 현대차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았다. 

[파이낸셜신문=황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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