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누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가
[칼럼] 누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가
  •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국장
  • 승인 2019.03.2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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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Aesop's Fables) 중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 중 하나다. 매일 한 개씩 황금알을 낳은 거위를 가진 농부가 있었다. 어느날 농부는 단 번에 많은 황금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거위의 배를 갈랐다.

그러나 황금은 커녕 거위만 죽이고 말았고 농부는 크게 후회했다. 초등학생도 아는 이 우화는 눈 앞에 보이는 당장의 이익 때문에 더 큰 손해를 보는 어리석은 탐욕과 근시안적 행동에 대한 경계를 담고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국장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국장

이 우화가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와 관련해 언론에 종종 인용되고 있다.

특히 스튜어드십 코드 반대론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즐겨 사용하고 있는데, 무지(無知)이든 불순한 의도이든 이 우화를 통해 일종의 프레임(frame)을 설정하고 있다.

즉 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국민연금을 필두로 한 기관투자자는 농부, 그리고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도록 한, 탐욕을 실행하기 위한 도구로 설정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극대화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들이 배당을 요구하는 사안에 대해 특히 이러한 프레임이 자주 사용된다. 즉 상장사 이익이 감소했음에도 무리한 배당을 요구한다거나 그 요구 수준도 과도해 기업의 배를 가르고 있다는 식이다. 배당압박→배당금 과다 지출→사내 유보금 감소→투자 위축→기업성장 둔화→고용감소라는 연쇄 논리로 국민들의 불안을 자극한다. 

그러나 명확히 할 점은 배당률 제고가 곧 스튜어드십 코드의 본령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우리나라 기업의 배당성향은 타국과 비교해 최하위 수준이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상장사의 배당성향은 18.3%다.

주요 선진국인 영국(65.4%), 독일(40.8%), 미국(38.9%) 등에 한참 미치지 못할뿐더러 개발도상국인 대만(57.2%), 인도네시아(41.7%), 브라질(38.4%), 중국(32.3%)보다 떨어진다.

이에 반해 사내유보금은 해가 갈수록 쌓여만 간다. 3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900조에 육박한다. 이 사내유보금은 현금만이 아니라 상당 부분이 비생산적인 부동산과 주식, 채권, 양도성예금증서 등으로 변신해 있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생산설비 확충이나 일자리 창출 등에 쓰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배당조차 인색하다.

남양유업은 짠물배당으로 대표적인 기업이다. 국민연금이 최근 남양유업에 배당확대를 요구하는 주주권을 행사했으나 이 기업은 거부했다. 남양유업은 2015년 6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의결한 ‘국민연금기금 국내주식 배당 관련 추진방안’에 따라 국민연금이 선정해 공개한 저배당 중점관리기업이다.

남양유업의 거부 이유는 두 가지였다. 오너 일가 지분율이 54%에 육박해 배당을 확대하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혜택을 본다. 그리고 사내유보를 통해 재무구조 건전성을 높이고 장기투자를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해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남양유업은 지난 5년간 진행한 투자는 설비투자 770억원에 불과하다. 업계에서 가장 적은 수준이다. 또 배당과 관련해서는 주주와 일반주주에 대해 차등배당을 실시하는 방법도 있다.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현대차그룹에 막대한 배당금을 요구한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이번 현대차와 모비스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얻는데 실패했다. (사진=황병우 기자)
현대차그룹에 막대한 배당금을 요구한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이번 현대차와 모비스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얻는데 실패했다. (사진=황병우 기자)

아무튼 우리나라 기업들의 이러한 행태를 보면, 스튜어드십 코드가 아니더라도 배당성향 제고 필요성은 인정된다.

그럼에도 스튜어드십 코드는 장기적인 기업가치 향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오히려 기업의 투자 여력을 빼는 과도한 배당에 반대한다. 며칠 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대한 엘리엇의 과도한 현금배당 제안에 대해 국민연금 등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들은 반대했다.

자동차 산업 불황으로 성장세 둔화를 겪고 있고 때문에 장기적인 성장성 확보를 위한 R&D나 공장 투자 등 장기적인 성장성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과소배당도 과다배당도 아닌 합리적인 배당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또 이를 위해 기업들이 경영성과에 연동되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배당정책 수립을 원하고 있을 뿐이다. 

투기세력인 기업사냥꾼(corporate raiders)은 과격한 주주행동주의를 통해 황금알을 낳는 기업의 배를 가를 수 있다.

그러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기관은 기업사냥꾼이 아니다. 위임장 대결 등 주주행동주의도 실행하지만 그 경우조차도 기업사냥꾼의 주주행동주의와 그 결이 완전히 다르다. 투기적 주주행동주의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기반한 적극적인 기업관여를 실행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한묶음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업이 지속가능하도록 건강을 체크해 주고 이 건강함을 바탕으로 황금알을 지속적으로 낳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기업들은 이를 명확이 구분하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실행하는 기관투자자들과의 우호적이고 적극적인 소통전략을 짜야 한다. 기업이 진정성을 가지고 소통하고자 하는 한 그들은 언제든지 백기사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기관투자자들에게는 기업의 장기적인 성공이 곧 그들의 성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누가 죽이는가.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그리고 이를 실행하는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에 대한 오해와 불신, 그리고 의도적 왜곡이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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