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사재출연 약속 실천" 故 이건희 회장 유족, 의료 공헌·미술품 기증·상속세 12조 납부
"13년 전 사재출연 약속 실천" 故 이건희 회장 유족, 의료 공헌·미술품 기증·상속세 12조 납부
  • 황병우 기자
  • 승인 2021.04.2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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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소아암·희귀질환 극복에 1조원 기부…감염병 극복 7천억원, 어린이 환자 지원 3천억원
개인소장 미술작품 1만1천여건 국립기관 등에 기증 …국보 14건 등 고미술품 국립중앙박물관에
12조원 이상 상속세 납부…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일군 데 이은 또 다른 '보국' 실천
유족 "고인 유지 받들어 지속적으로 사회적 책임 다할 것"
지난 25일 향년 78세로 별세한 고 이건희 회장. 사진은 1993년 신경영 당시의 모습/사진=삼성전자
지난해 10월 25일 향년 78세로 별세한 고 이건희 회장. 사진은 1993년 신경영 당시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유산으로 유족 측이 상속세 12조원을 납부한다. 고 구본무 LG 회장의 유족의 상속세 9천200여억원과 비교해 12배 이상 많은 액수로, 국내외 기업인 중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는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역대 최고 수준의 상속세 납부액으로, 지난해 우리 정부의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에 달하는 금액이다.

또한, 고 이 회장의 유산 중 1조원은 미래 사회의 위협으로 대두된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를 위해 우리나라 의료사업에 기부되면서 지난 2008년 고인의 사재출연 약속이 실천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이 사상 최고 수준의 상속세를 납부하는 동시에 의료 공헌과 미술품 기증 등의 사회 환원을 실천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기부와 상속세 납부에 대해 유족은 국가경제 기여, 인간 존중, 기부문화 확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역설한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한 취지로, 유족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사회환원 활동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삼성에 따르면, 故 이건희 회장은 평소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할 것",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고 강조하며 사회와의 '공존공영' 의지를 담아 삼성의 각종 사회공헌 사업을 주도했다.

1987년 이건희 회장이 취임식에서 그룹 깃발을 흔들고 있다./사진=삼성전자
1987년 이건희 회장이 취임식에서 그룹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이 기부하는 1조원은 감염병 대응에 7천억원, 어린이 환자 지원에 3천억원이 쓰인다.

유족들은 코로나19로 전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인류의 최대 위협으로 부상한 감염병에 대응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7천억원을 기부하기로 했으며, 이 가운데 5천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까지 갖춘 150병상 규모의 병원으로 건립될 계획이다.
 
나머지 2천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될 예정이다.

또한, 유족들은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으면서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천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2004년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다./사진=삼성전자
지난 2004년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 중 2천100억원은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어린이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천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원을 지원하게 되며, 이를 통해 향후 10년 동안 소아암 환아 1만 2천여명, 희귀질환 환아 5천여명 등 총 1만 7천여명의 어린이 환자 도움을 받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증상 치료를 위한 지원에 그치지 않고 소아암, 희귀질환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유족들은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서울대와 외부 의료진이 고르게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전국의 모든 어린이 환자들이 각 지역에 위치한 병원에서 편하게 검사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국 어린이병원의 사업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물론, 전국에서 접수를 받아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어린이 환자를 선정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부하는 주요 문화재들 중 일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석보상절 권11(보물 제523-3호), 월인석보 권11(보물 제935호), 정선 필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청자 상감모란문 발우 및 접시(보물 제1039호) (사진=국립중앙박물관)
고 이건희 회장 유족들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부하는 주요 문화재들 중 일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석보상절 권11(보물 제523-3호), 월인석보 권11(보물 제935호), 정선 필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청자 상감모란문 발우 및 접시(보물 제1039호) (사진=국립중앙박물관)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故 이건희 회장 소유의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총 1만 1천여건, 2만 3천여점이 국립기관 등에 기증된다. 

유족들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을 비롯해 국내에 유일한 문화재 또는 최고(最古) 유물과 고서, 고지도 등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 1천600여점을 국립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아울러,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대 미술 대표작가들의 작품 및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가들의 미술품과 드로잉 등 근대 미술품 1천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될 예정이다.

유족 관계자는 "한국 근대 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 중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국민들이 국내에서도 서양 미술의 수작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및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작품도 기증하기로 해 일반인은 물론, 예술계의 관심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유족 관계자는 "지정문화재 등이 이번과 같이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되는 것은 전례가 없어 국내 문화자산 보존은 물론 국민의 문화 향유권 제고 및 미술사 연구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부하는 주요 문화재들 중 일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금동보살삼존입상(국보 제134호),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국보 제235호), 감지은니 불공견삭신변진언경 권13(국보 제210호), 김홍도 필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 분청사기 음각수조문 편병(보물 제1069호) (사진=국립중앙박물관)
고 이건희 회장 유족들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부하는 주요 문화재들 중 일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금동보살삼존입상(국보 제134호),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국보 제235호), 감지은니 불공견삭신변진언경 권13(국보 제210호), 김홍도 필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 분청사기 음각수조문 편병(보물 제1069호) (사진=국립중앙박물관)

한편, 유족들은 故 이건희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 전체 유산의 절반이 넘는 12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납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2조원 이상의 상속세는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올해 4월부터 5년간 6차례에 걸쳐 분납할 예정으로,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 이라고 전했다.

유족들은 생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거듭 강조한 고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다양한 사회환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로 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관계사들이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사업 외에도 다양한 사회공헌 방안을 추진해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는 창업이념을 실천하고,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계획은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라 그동안 면면히 이어져온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신문=황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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