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투자은행(IB) 부문 고위 임원이 상장사 공개매수 관련 미공개정보를 주변 지인들에게 전달해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금융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로 구성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하 합동대응단)은 28일 NH투자증권 고위 임원 등이 연루된 공개매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와 관련해 NH투자증권 임원 집무실과 공개매수 관련 부서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공개매수란 경영권 확보 등을 목적으로 주식을 확보하고자 일정기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증권시장 밖에서 주식을 매수하는 것으로, 공개매수 가격은 통상 현재 주가보다 높게 책정되기 때문에 공개매수 사실 발표 시 주가가 상승하는 ‘호재성 정보’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법에서는 공정한 자본시장 질서를 위해 이러한 호재성 정보가 일반투자자들에 공표되기 전까지 동 정보를 주식매매에 이용하거나 타인으로 하여금 이용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특히 공개매수 정보의 경우에는 별도 조항을 통해 엄격하게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 공개매수 공표 이전부터 주가가 급등하고 거래량이 폭증하는 현상이 자주 발생했고, 한국거래소는 시장감시를 통해 공개매수 전후 미공개정보 이용 정황을 다수 포착하여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 매매심리 결과를 통보했다.
금감원(조사3국)은 이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공개매수 주관사 고위 임원의 연루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대상 기간과 대상 종목 등을 확대 조사하여 오던 중, 사안의 중대성과 금융위(조사과)의 강제조사를 통한 증거물 확보 필요성 등을 감안하여 합동대응단에서 조사하게 됐다.
합동대응단 발표에 따르면, NH투자증권 임원 A씨는 최근 2년여간 NH투자증권이 공개매수를 주관했던 11개 종목의 공개매수 관련 중요정보를 직장동료와 지인 등에게 계속·반복적으로 전달했다.
A씨에게 해당 정보를 전달받은 이들은 공개매수 사실이 시장에 공표되기 전 해당 주식을 매수하고 공표 후 주가가 상승하면 전량 매도하는 방식으로 20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편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매매분석 및 자금추적 내용에 따르면 공개매수 발표 전·후 증권사 임원 측과 정보 이용자들 간 주식매매 관련 자금으로 보이는 거액의 금전거래가 빈번하게 발견됐고, 이들 간 부당이득을 공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포착됐다고 합동대응단은 전했다.
또, 합동대응단은 정보를 전달받아 주식을 매매한 혐의자들이 친인척 등 명의의 차명 증권계좌를 다수 사용했고, 사용한 차명 계좌도 수시로 바꿔가며 매매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이는 혐의자들이 증권사 내부 또는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합동대응단은 과거엔 공개매수 수요가 많지 않아 공개매수 시장이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행동주의 펀드 출현, 인수합병을 통한 기업지배구조 재편, 주주권리 강화 목적의 경영권 분쟁 증가 등에 기인해 최근 공개매수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이에 대한 반대 급부로 불공정거래 건수 또한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관련해 거래소가 발표한 ‘2024년 불공정거래 통보 자료’에 따르면, 거래소가 작년 연중 감독당국에 통보한 불공정거래 혐의 유형 중 공개매수 관련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유형은 12건으로 이는 당해 전체 공개매수 건수(26건)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한편, NH투자증권의 경우 공개매수 업무를 총괄하는 주관 증권사로서 독보적 지위를 누려왔다. NH투자증권은 2023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총 55건 중 28건을 주관(약 51%)해왔다. 합동대응단은 이번 조사를 통해 NH투자증권이 내부통제 체계를 스스로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합동대응단은 앞으로도 금융회사 및 상장기업 임직원 등 정보의 우위를 지닌 내부자가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를 철저히 적발하여 엄중한 형사처벌과 행정제재로 이어지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나아가 업무 특성상 미공개정보 이용 소지가 높으나 시장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금융회사 및 사무대행사 관계자 등에 대해 점검·조사를 확대하여 위법행위 적발 시 무관용 엄중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파이낸셜신문=임영빈 기자]

